매일신문

[아름다운 이야기] 검정고무신의 추억

새신발 밑창 닳을까봐 책보에 넣고 만지작…

1960년대만 해도 산골마을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부잣집 할아버지만 흰고무신을 신고 계셨다. 검정고무신은 편리한 신발이다. 비가 와도 좋고 마른 땅에서도 좋다. 운동장에서 공차기할 때 짚으로 동여매도 공보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 검정고무신이다.

내가 살던 마을에서 초등학교까지는 십 리가 넘는 길이었지만 그때는 모두가 걸어서 다녔다. 검정고무신 밑창이 닳을까봐 집에서 나오면 고무신을 벗어서 책보에 넣고 가다 학교에 다 오면 고무신을 신고 교문을 들어섰다.

우리 동네에는 조그마한 교회가 있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 호롱불로 밤을 새우던 때, 교회에서도 석유 램프를 사용했다. 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는 희미한 불빛 아래 자기 검정고무신을 찾기 어려워 발에 맞으면 신고 간다. 다음에 교회 올 때까지 그 신발은 자기 신발이다. 이러다 보니 새 고무신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바꿔치기하니깐 말이다.

지금은 거리에서 검정고무신을 신은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이지만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정을 먹고 나누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사공관(경산시 동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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