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김모(43) 씨는 예전 살던 아파트 경비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백화점에서 추석 선물이 잘못 배송돼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 선물을 보낸 사람이 주소가 바뀐 줄 모르고 배달을 시킨 것이었다. 김 씨는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는데 잘못된 주소지에다가 선물을 던져놓고 가다니 정말 황당하다"며 "경비 아저씨가 전화해 주지 않았다면 선물을 보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니었겠냐"고 혀를 찼다.
추석을 맞아 백화점과 대형마트, 택배회사들이 선물 배달로 인한 특수를 톡톡히 누렸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된 배달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등지에서는 '배송 전 주소지 확인'을 약속하고 있지만 배송 물량이 넘쳐나면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아 선물이 엉뚱한 곳에 배달되거나 분실되는 일도 잦은 것.
현재 롯데백화점과 우체국의 경우에는 주소지 확인과 더불어 배달 시간을 사전에 약속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유통업체나 택배 업체들은 이런 확인절차 없이 선물을 배달하는 경우가 잦다. 장모(35) 씨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10여 개가 넘는 선물을 받았지만 배송 확인 전화를 받은 곳은 단 2건에 불과했다"며 "특히 육류나 과일, 수산물 등의 제품은 신선도가 중요한데도 전화 한 통 없이 달랑 물건을 집 앞에 던져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택배업체를 이용하는 경우, 당일 배송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제품이 손상되는 경우도 잦았다. 김모(35) 씨는 "배송비를 추가로 더 지불하고 당일 배송을 주문했지만 결국 이튿날 배달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렇게 신뢰를 저버릴 것 같으면 당일 배송 추가 비용을 받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A백화점은 "백화점에서 주문한 제품은 선물을 받는 사람과 통화가 된 후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일부 경우에 한해서는 직원들의 착오나 실수로 인해 사전 배송 확인 전화를 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B백화점은 "올 추석의 경우 배송시스템이 바뀌면서 택배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사전 확인 전화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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