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몇 년도, 몇 월, 며칠인가요?." "음…4월. 잘 모르겠네."
달력을 지척에 두고도 날짜를 모르겠다던 노인은 '허허' 소리내 웃었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시메온의 집'에서 4년째 생활하고 있는 박기덕(가명·76) 씨의 기억은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100에서 7을 빼면 70이라고 당당하게 말한 박 씨는 치매 노인이다.
박 씨는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에서 11점으로 나와 중증 치매인 것으로 검진됐다. 하지만 박 씨는 장기요양보험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박 씨의 경우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노인요양시설의 수용 면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요양기관이 시설 증축을 못할 경우 수용자를 줄일 수밖에 없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에 맞춰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내년 11월까지 노인 1인당 6.6㎡ 이상의 면적을 확보하도록 하고, 시설 증축을 하지 않으면 정원을 줄이도록 했다.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증축을 위한 지원금을 전국에 내려 보내고 있지만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절반 가량이 수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들은 정부가 시설 보완을 위해 2011년 11월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시설 보완 진도가 느려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금까지 25곳의 사회복지법인 중 3곳 정도가 정부의 지원금으로 시설을 보완했다. 전국적으로도 시설 보완 지원은 60%가량의 시설에만 이뤄져 시설 보완 유예기간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요양시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올해도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25곳의 사회복지법인 중 일부는 당장 혜택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 신·증축 규모에 따라 1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곳도 있기 때문. 대구시는 올해 정부와 5대5 매칭펀드 방식으로 시설 보완 자금 51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인복지 연합체인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지난달 27, 28일 경주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일방적으로 기준 면적을 높인 정부를 성토했다.
중앙회 이진우 기획실장은 "정부가 요양시설 면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현실과 법의 괴리가 생겼다"며 "시설 보완 지원금도 유예기간 내에 확보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자칫 치매 노인 일부가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관계자는 "무 자르듯 노인들을 밖으로 내모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도 유예기간을 더 늘려 시설 보완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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