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등 속에서도 손님을 위해 음식값을 인상 안 하는 식당들이 적지않다. 배추부터 무까지 거의 모든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인건비를 아끼고 1년치 재료를 미리 구입하면서 '단골'들을 배려하고 있다.
6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동성로 S식당. 마당 한 가득 배추를 절이는 직원들의 모습에 손님들은 "저걸 다 사서 장사하려면 음식값 올려야 하지 않아요?"라며 놀랐다. 이곳은 매일 30포기 이상의 배추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배추값 폭등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만 6년째 같은 값으로 음식을 제공해왔다. 사장 차상남(65·여) 씨는 "요즘 손님들이 음식값 올리라고 말하지만 올리지 않을 생각"이라며 "전에는 배추를 이틀 정도 저장해뒀는데 지금은 언제 물량이 떨어질지 몰라 일주일치를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내년까지 배추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6년 만에 가격을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10년째 싼값에 음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중구 성내동의 M중국집은 10년째 탕수육을 5천원에 팔고 있다. 비결은 종업원을 두지 않고 부부가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재료값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인건비가 따로 들지 않아 음식값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사장 김재만(50)씨는 "밀가루값이 급등했을 때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손님들이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오는데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웃었다. 김씨는 힘든 시기에 음식값을 올리지 않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 가격 그대로 갈 것이라 했다.
남구 대명동의 D식당은 일 년치 반찬용 채소를 미리 구입해 저장해 놓는 것으로 가격 폭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았다. 한 번에 10t씩이나 되는 재료들을 사와 다듬어서 창고에 보관해왔다. 덕분에 채소값 폭등 속에서도 10년 넘게 음식값을 그대로 받고 있다. 식당 사장(50)은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대접한다는 어머님의 고집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몇 식당은 재료를 싸게 살 방법을 찾아내 음식값을 유지하고 있다. 죽을 파는 김순단(50·여) 씨는 "재료값이 30%는 증가했지만 6년 동안 한 번도 값을 올린 적이 없다"며 "현장 직거래를 하면 15% 정도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비결을 알려줬다. 김 씨는 앞으로도 음식값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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