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의류사업 성공과 좌절…역술인으로 새 삶 사는 최진여씨

"전 역술인보다 인생 카운셀러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께 효도하고, 조상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면 복을 받게 되지요. 인간이란 본래 욕심을 버리고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마음을 비우고 나면 편안해지는 법입니다."

대구 동구 각산동 최진여(52·여·사진) 씨는 스스로를 남의 아픔을 덜어주는 '카운셀러'라고 말한다. 사실 최 씨는 역술인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보면 그냥 학교 선배 같고 동네 언니 같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최 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 최 씨는 의류 판매업을 시작, 20여 년 동안 돈을 벌 만큼 벌어봤다. 오르막길을 내닫던 최 씨의 인생은 2002년 말부터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의류점을 접고 사우나탕을 하려고 매입한 건물에 문제가 생긴 것.

결국에는 20여 년간의 고생은 오간 데 없이 '빈털터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 몸도 예전같지 않게 기력도 떨어지고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여러 가지 터놓지 못할 일도 벌어지면서 한 여자로서 도저히 감당키 어려울 정도의 시련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인생의 궁지에 내몰린 최 씨는 그때 문득 "여기서 좌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로 하고 기도에 몰입했다. '나의 인생 프로그램이 어떻게 뒤엉켜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지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도에 정진한 것.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고부터는 어려운 주위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도 눈을 돌렸다.

"사람들은 누구나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죠. 나쁜 운이 들어와 있는 사람들도 지금은 잠시 고생스러워도 조금만 더 참으면 희망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큰일이 닥치면 인내와 기도와 명상 등으로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계속 내리막인 사람도 자신의 노력으로 불운을 걷어내고 행운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역술인은 그런 사람들이 방향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밝혀주는 형광등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사람 아닐까요."

글·사진 장양숙 시민기자 fn3496@hanmail.net

멘토: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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