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5로 끌려가던 삼성 라이온즈가 8회 말 김상수의 적시타로 1점을 쫓아가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대구 야구팬들은 숨죽인 채 두 손을 모았다. 승부를 뒤집기까지 삼성에 주어진 아웃카운트는 4개뿐. 2사 1, 3루를 살리지 못하면 9회 다시 기회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관중들은 타석에 들어선 박한이가 기적 같은 역전 홈런 한 방을 쳐주길 간절히 바랐다.
야구 경기의 확률로 보면 다소 막연한 기대였지만 박한이가 친 공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까만 밤하늘 때문에 더욱 선명해진 하얀 야구공은 두산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 담장으로 향했고, 공은 수비수가 쫓을 수 없는 담장 너머로 떨어졌다. 한참 동안 기죽어 있던 홈 팬들은 눌러왔던 함성을 쏟아냈다.
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은 한편의 '명품 드라마'였다.
삼성은 2대5로 패색이 짙어가던 8회 말 대반전을 엮어내며 6대5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3회 조동찬과 최형우의 2루타로 2점을 먼저 뽑았으나 4회 김동주에게 동점 홈런을 내주고 5회 선발 차우찬과 구원 나온 정인욱의 난조로 3실점하며 역전당했다.
1차전을 승리로 이끈 삼성은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됐다. 역대 26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19차례, 73.1%의 확률이다.
초반 기선을 제압한 삼성은 8일 오후 6시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리는 PO 2차전에 '에이스'로의 귀환을 노리는 배영수를 선발 출격시켜 홈 2연승을 노린다. 두산은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켈빈 히메네스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반격을 노린다.
이날 톱타자로 나와 결승 3점 홈런 등 4타수 2안타를 친 박한이는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200만원과 함께 100만원 상당의 특급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8회 초 구원 등판해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은 권오준은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고, 9회 초 1사 2, 3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실점 위기를 무사히 틀어막으며 세이브를 챙겼다. 반면 두산 정재훈은 준PO 1, 2차전에 이어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떠안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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