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성금 관리 이 지경인데도 당국은 뭘 했나

국민 성금이 줄줄 새고 있다. 일부 성금 접수 기관 직원들이 성금을 제멋대로 유용하거나 심지어 유흥비로 쓰는 등 엉망으로 관리해 오다 내부 감사나 국감에서 적발된 것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라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대한적십자사 등 공신력 높은 기관에 맡긴 성금이 이 지경이니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도 한참 찍힌 꼴이다.

공동모금회 지회의 일부 직원들이 벌인 행각을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인천지회의 한 직원은 '사랑의 온도탑'을 재활용하고도 매년 1천만 원을 제작비로 지불한 것처럼 속여 착복했다.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서류와 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술값'밥값만 3천여만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티 지진 긴급 구호 성금을 접수한 대한적십자사의 성금 관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9개월이 지나도록 성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은 물론 현지에 파견된 구호팀이 성금으로 고급호텔에 묵고 식당에서 1만 원짜리 소주를 마신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7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20여 차례 넘게 주의'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원금 부당 추천과 편취, 배분 부적정, 지회의 지도'감독 등 13차례나 지적됐다. 그런데도 시정되지 않고 비리가 속출하는 것은 모금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비록 드러난 비리가 일부 지회의 사례라고는 하지만 전국 각 지회에서도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접수한 성금만도 3천300억 원이 넘는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깨끗하게 쓰여져야 할 성금이 이처럼 함부로 다뤄지고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는 눈먼 돈이 되고 있다면 누가 성금을 내겠나. 정부 당국은 두 번 다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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