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환율 전쟁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 기업인 포스코는 지난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39.5% 급감했고, 당기순이익도 전 분기 대비 12.7%나 줄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도 시장 기대를 밑도는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기업 대부분 상황이 이와 비슷했다. 일본 중국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은 3/4분기 순이익이 8억 3천700만 달러. 전년 동기 15억 6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미국의 다른 주요 수출업체들 역시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실적을 올린 것은 미국의 저달러화 정책 덕분. 3분기 들어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에 비해 10%, 한국 원화엔 7%, 일본 엔화에 비해선 5%가량 절하됐다.

전 세계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저환율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추어, 수출을 극대화시킴으써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지구촌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름하여 환율 전쟁. 극도의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22, 23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환율 전쟁이 첨예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기 때문. 이번에 내려진 결론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되고, 이것은 향후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환율 전쟁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보는 반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 개발 강대국들은 미국의 저금리 및 저달러화 정책이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의장국으로서 환율 전쟁을 종식시킬 합의안을 만들 책무가 있다. 모쪼록 이번 회의에서 환율 전쟁이 끝나 경주가 세계 경제위기를 종식시킨 도시로 각인되길 기대해 본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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