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콘서트/이영수 외 12인 지음/효형출판 펴냄
건축이란 무엇인가?
건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설령 평생 건축에 몸담아온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건축물 속에는 '세월'이 녹아 있고, 사람살이가 있고, 희망이 있고, 사람이 어쩌지 못할 염원도 담겨 있다.
'건축으로 통하는 12가지 즐거운 상상'을 부제로 하고 있는 이 책은 12인의 건축가들이 '건축이란 대체 무엇이냐'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어떤 이는 건축의 역사에 대해, 어떤 이는 건축가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는 건축을 통해 미와 세월을 들여다 본다.
애초에 도시가 생기기 전에 그 곳은 빈터였다. 이 빈곳을 채우는 첫 걸음은 '상상'이다. 풀과 나무, 바람과 햇볕이 통과하는 이 빈터에 풀 바람 햇볕과 더불어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 이것이 건축의 시작이다. 그 건축 행위는 정부 주도의 거창한 사업일 수 있고, 오래되고 남루한 집에 약간의 덧칠을 하는 소박한 행위일 수도 있다. 아직 아기도 생기지 않은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 늙어갈 공간일 수도 있다.
건축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교회나 궁전, 성과 같은 건축물은 그 문화가 사회를 이끌었던 시대의 증언자다. 관청, 공장, 박물관, 병원, 도서관, 학교, 극장, 감옥, 상업 건축물은 19세기 이후 산업화와 시민사회의 성장을 보여준다.
인식의 변화에 따라 최신식의 최고 건물이 폭파 해체돼야 할 건물로 바뀌기도 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 이고' 주거단지는 모더니즘의 교리를 충분히 반영한 대규묘 현대적 주거단지로 합리적인 계획이 우수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1958년에는 미국 건축가협회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미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슬럼가로 변해갔고 결국은 범죄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시의회는 이 훌륭한 건물을 폭파, 해체하고 새로운 주거 단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엘리트의 시각으로 만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거모델이 폭력적일 수 있고 오류 투성이 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름난 관광지로 가는 길은 수많은 음식점과 모텔, 특산품 상점이 즐비하다. 관광지에는 최신식 리조트가 들어서 있고 그곳에서 관광객은 충분히 휴식하며 소비한다. 그러나 리조트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내고 돌아올 때, 그가 결국 소비한 것은 '현대의 소비문화'일 뿐이다. 그가 진정 그곳에서 만나야 했을 진짜(그것이 산이든 강이든 계곡이든)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12명의 지은이들은 저마다 주제를 정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건축이 무엇인지, 건축을 알려면 어떤 요소에 주목해 접근해가야 하는지 등. 이를 위해 세계 역사 속 건축가들과 한국 현대 건축사의 장면들이 소개된다. 또 상상력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 공간과 건축의 관계, 빛과 예술로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 건축이 현대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건축은 결국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문화를, 고속도로는 바쁘게 달리는 인류를, 검투장과 야구장, 오페라 하우스는 인간의 기호를, 고층 아파트는 고도 도시와 현대 인류의 삶을 담는다.
그러나 한편 건축은 현재의 '거울'에 머물기를 원치 않는다. 현재의 거울인 동시에 인류가 살아갈 미래를 비추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건축은 현실적 생활공간인 동시에 예술이 된다. 비와 바람을 피하고 동물의 습격을 피하는 '생활'만 고려했다면 굳이 움집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책 '건축 콘서트'는 건축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건축을 통해 인류의 '역사' 혹은 '삶'을 들여다본다. 332쪽, 1만7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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