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보기]내 맘대로 베스트10 - (7) 지킬 앤 하이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2004년 라이선스로 초연된 뮤지컬 는 국내에서 흥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어 오던 스릴러라는 장르로 흥행에 성공하며 지금까지 3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선과 악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드라마에 지킬이 사랑하는 여인 엠마와 하이드가 사랑하는 여인 루시의 사랑이야기가 더해져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비극적인 요소와 로맨스를 적절히 배치하여 극의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 지킬과 하이드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남자 주인공의 비중은 그 어떤 작품보다 클 수밖에 없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소화해내기 힘든 역할이다. 그래서 남자 배우라면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1막에서 시간차를 두고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던 주인공이 2막 후반부,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눠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표현하는 '대결'(Confrontation)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오른쪽 밝은 조명 아래 선한 얼굴의 지킬과 왼쪽 초록색 조명 아래 머리를 풀어헤친 사악한 얼굴의 하이드가 두 가지 목소리로 번갈아 노래하면서 열연하는 장면은 넘치는 에너지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관객을 압도한다. 이 외에도 1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도 놓칠 수 없는 명곡이고, 엠마가 부르는 '언젠가 꿈에'(Once upon a dream), 루시의 노래 '누군가 당신을 사랑한다면'(Someone like you) 등은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에 의해 탄생된 음악들은 감동적인 가사와 강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중독된 멜로디들을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내 육신마저 영혼마저 다~ 걸고 ♬'

를 이야기할 때 조승우라는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뮤지컬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조승우는 이 작품을 통해 이른바 '조승우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뮤지컬계 최고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후 출연한 뮤지컬과 영화가 연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유명해진 조승우 때문에 뮤지컬 가 다시 더 유명해지는 등 조승우와 지킬의 인연은 특별하다.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조승우에게 '진정한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아준 공연이기도 하다. 조승우가 입대 전 출연한 마지막 작품으로, 그리고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영화가 아닌 뮤지컬 를 선택한 것도 아마 이런 각별한 인연 때문이었으리라. 그와 함께 공연한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로 조승우를 기억한다. 실제 공연에서도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면서 펼치는 섬세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정말 너무 잘해서 얄미울 정도다.

초연 당시 '조지킬, 류하이드'로 불리던 또 한 명의 지킬 류정한의 가창력과 연기도 수준급이다. 성악 전공 출신답게 뛰어난 가창력으로 조승우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를 감동으로 이끌었던 주역들이 다시 돌아온다. 오는 11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서울 공연에는 원년 멤버였던 조승우, 류정한과 새로운 뮤지컬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홍광호, 김준현 등 가창력 있는 배우들이 가세, '4인 4색'의 새로운 지킬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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