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설 초교는 '도심 속 외딴 섬'

예정된 아파트 공사 취소·연기…벌판에 학교만

1일 낮 대구 달서구 월암동 월암초등학교. '경축, 월암초교 개교'라는 플래카드가 학교 건물 외벽에 나부끼고 있었다. 학교 정문쪽에는 폭 3m 정도의 도로에 차량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이따금씩 지나 다녔고, 앞에는 시꺼먼 시궁창 물이 흐르고 있었다. 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학교 뒤편으로는 고속도로가 있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와 학교까지의 거리는 400m. 아파트와 학교 사이에는 고물상 등 2, 3개 건물이 있을뿐,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분양시장 위축과 건설사의 사업 지연으로 신설 초교가 '도심 속의 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 9월 개교 예정이었던 월암초교는 지난 2007년 8월 W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학교 부지가 마련됐다. 통상 아파트 건설에 3년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해 올 9월 개교한다는 게 당초 대구시교육청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W건설은 68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로 했지만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인해 아파트를 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민간투자 방식을 통해 2008년 10월 D개발을 학교 신축 업체로 정했고, D개발은 2009년 6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 8월 준공을 마쳤다. 대구시교육청은 월암초교 인근 아파트의 입주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개교를 내년 3월로 미뤘다.

사정이 이렇자 이곳 주민들은 자녀들의 월암초교 배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350m 대칭 지점에 2008년 9월 개교한 조암초교가 있는데 굳이 외롭게 떨어져 있는 학교로 옮기고 싶지 않다"며 "주변 환경도 문제지만 아파트 건설이 시작될 경우 소음으로 학습권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구남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학교 앞 3m 폭 도로를 20m 도시계획 도로로 확장하는 계획도 기약이 없다. 아파트 시공사가 대구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지만 아파트 건설이 불발돼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 결국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폭 6m 규모의 임시 진입도로를 내년 개교 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수요조사 결과 12학급 정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 개교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신설을 계획했다가 아파트 경기 부진으로 신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월배신도시에만 초교 2곳, 중학교 3곳, 고교 1곳이 학교 부지로 계획돼 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다. 시교육청도 이런 문제 때문에 2012년쯤 가칭 월배1중학교 건립 사업시행자 공고를 계획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미뤄둔 상태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 허가 당시 교육청에서 확보한 학교 부지가 여럿 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을 경우 빈터로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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