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동성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약속하고도 2년 넘게 실행을 미룬 데 이어 또다시 2012년 이후 논의하기로 방침을 바꿔 시민단체들과 동성로 일대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 중구 교동시장 상인회 및 패션주얼리특구 상인들로 구성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위원회는 8일 대구시청 주차장에서 횡단보도 설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무소신 대구시
대구시는 지난달 말 "중앙네거리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지 1년도 안 돼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논의할 수 없다"는 지하상가(대현프리몰) 상인들 의견을 고려해 이곳 횡단보도 설치를 2012년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지상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위원회 최종수 회장은 "대구시가 횡단보도 설치를 수년째 질질 끌어 보행권과 교동시장 상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상인들이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문제는 지난 2005년 처음 제기됐고 시는 2007년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마스터플랜에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계획을 포함했다가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대로 2008년 4월 횡단보도 설치를 또다시 제외했다. 이후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지면서 2008년 7월 김범일 대구시장이 나서 횡단보도 설치를 공언했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과 함께 미뤄졌고 또다시 2012년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재논의하겠다며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교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 손경석 회장은 "2005년 3월 시장과의 간담회 때 횡단보도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런데 2006년 지하상가 상인들이 설치를 반대하자 시가 말을 바꾸더니 최근에 또다시 바꿨다"고 분개했다.
◆횡단보도 설치 왜 못하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지하상가 상인들 요구에 휘둘려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타 지자체들은 시민 보행권을 가장 우선시하며 횡단보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광장, 영등포, 회현지하상가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지난해 10월 명동에서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는 구청 공무원과 설치 반대를 외치던 지하상가 상인들 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자치구는 '보행권은 도시의 모든 구성원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이며, 지하상가보다 우선한다'며 횡단보도 설치를 강행했다.
부산시와 대전시도 지하상가 상인들의 집단 반발에도 횡단보도 설치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단순히 밀어붙이기식으로 행정을 펼치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며 "횡단보도 설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통해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동렬 중앙지하상가 상인대표는 "중앙네거리 횡단보도로 주변 지하상가가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만들면 우리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며 "시민단체들과 지상 상인들은 보행권을 말하기에 앞서 지하상가 상인들의 생존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