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라이프] 스마트폰, 사생활 침해 논란

연인 위치 실시간 확인하는 앱도 등장

모든 사회 현상에는 빛과 함께 그림자도 공존한다. 최근 불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도 마찬가지다. 휴대용 컴퓨터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확 잡아당겼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여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 야누스 얼굴, 'GPS'

사생활 침해 논란의 핵심은 스마트폰에 따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이다. 과거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적용되던 이 기술이 최근 스마트폰으로 옮겨와 다양한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가공되고 있다. 앱 스토어에는 아예 '내비게이션'이란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로 GPS앱은 인기 앱이다.

GPS 기능을 이용해 이용자 주변의 맛집이나 카페, 병원, 주유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상에 친구로 등록된 다른 이용자의 위치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이용자 주변의 화장실까지 안내해주는 앱도 있다. 가끔 급한 데(?) 주위에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아 난감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는 일이라 상당히 아이디어가 빛나는 앱이기도 하다. 이처럼 GPS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극대화시키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면 사생활 침해로 연결된다. 최근 '오빠 믿지'라는 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앱은 연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으로 화제가 됐다. GPS 기능을 이용해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1:1 대화와 메시지 수신 알림 기능 등이 가능하다. 업체에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예상한 듯 사생활 보호를 위해 '위치 숨기기' 기능을 만들었지만 이 기능을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위치를 숨겼다는 메시지가 전달돼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앱이 출시됐을 때 누리꾼들은 '악마의 앱'이라고 비난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용자가 많아 서비스가 중지되기도 했다.

◆ 실사지도의 이면

GPS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실사지도다. 구글 스트리트뷰로 대변되는 실사지도는 과거 도면지도가 아니라 마치 거리를 사진으로 찍어놓은 듯한 입체지도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더욱 길을 찾는 게 수월해진다. 구글 스트리트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자 국내에서도 다음이나 네이버 등 검색엔진들이 앞다투어 이 실사지도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 실사지도 서비스는 지도의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이용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너무 실제 모습을 담으려고 하다 사생활 침해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실사지도를 위해 특수차량이 곳곳에 다니는데 그런 과정에서 찍지 말아야 할 장면도 찍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대만의 한 지역에서는 창가에 서 있는 여성의 알몸 사진이 공개돼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 입체지도에 집창촌 모습이 그대로 담겨 논란이 되었다. 업체들은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자 철저한 교정작업을 거친다고 하지만 언제 또다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우려는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거리 곳곳을 찍으면서 개인 정보가 수집된다는 것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와이파이망을 통해 개인 간 이메일 등 개인정보가 수집되는데, 자칫 이 같은 정보가 노출돼 악용될 소지가 적잖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경찰이 스트리트뷰를 서비스하는 구글코리아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기도 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구글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독일, 호주 등 각국에서 조사를 펼친 바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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