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오물을 투척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정모(62·경산시 진량읍) 씨. 정 씨의 부인과 중학교 동창생 등은 정 씨가 평소 주장이 매우 강하고, 남들이 못하는 것을 자신은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였다.
정 씨의 부인 이모(60) 씨에 따르면 남편이 오물을 투척한 14일 오후 교회를 갔다가 집에 오니 남편이 편지를 써놓고 집을 비웠다는 것. 편지에는 '구차하게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세상으로부터, 이웃과 동료, 벗으로부터 아직은 살아있는 나의 진면목을, 용기와 정열, 기백과 정의를 보여줄 것이오. 그것이 남은 생을 더 떳떳하게 보람있게 당당하게 할 것이오'라고 적혀 있었다.
부인과 지인들에 의하면 정 씨는 1980년대 초 배를 타고 월북을 하려다 당국에 잡혀 옥고를 치른 적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가서 간첩교육을 받은 후 다시 남파돼 남한에 있는 간첩을 잡겠다는 게 월북 이유였다. 부인은 "젊은 시절에 자신의 소신과 주장대로 살았지만 나이가 들고, 가정을 생각하면 그만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참고 살았는데 결혼생활 30년이 넘도록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 씨 주변 사람들은 "진보와 보수가 갈려 대립과 갈등을 빚는 시대지만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고 전직 대통령 묘역에 오물을 투척한 것은 정치 성향과 이념을 넘어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이번 일은 한국사회의 이념 편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씨는 대구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중학교를 나와 전남 목포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식당과 쌀가게, 회사 영업사원 등을 하다가 현재는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왔다. 지난해 1월 대구에서 경산으로 이사왔다. 부인은 이번 일로 앓아 누웠으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들도 정 씨와는 거의 접촉이 없었다고 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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