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튄다! 튀어!'
개그맨 정형돈이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 말처럼 참을 수 없는 '미친 존재감'을 가진 이들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줄여서 '미존'이다. 어딜 가나 눈에 확 들어온다.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타고난 운명이랄까. 어디에 소속되든지 그 회사나 단체, 모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심지어는 무도회장에 가서 춤을 잘 못 춰도 시선은 한몸에 받는 그런 존재감이다. 단체 사진을 찍어도, 아니면 제법 존재감 있는 이들과 함께 찍어도 두드러진다. 마치 한발짝 앞에서 찍은 것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타고났거나 성형을 했든, 외모가 출중한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미존'은 대체로 팔방미인 케이스가 많았다. 그런 인물을 물색해 보니 조직에 큰 에너지를 불어넣는 존재가 분명했으며, 어떤 모임에서든 그 역할 자체가 주는 무게감은 그 어느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대의 대세, 우리 곁에 있는 '미존'들을 찾아봤다.
◆대학생 특급 '미존', 제갈 현열
지역에 심하게 튀는 '미존' 대학생이 한 명 있었으니 그 이름은 제갈 현열(27).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졸업반이다. 평범해 보이는 학생 같지만 어딜 가나 상을 휩쓸고 그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 그는 최근 3개월 동안 전국 규모의 광고 공모전 3개 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휩쓸며, 상금 1천300만원을 거머쥐었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주최 공익광고 제전 YLC(영 라이언 챌린저) 대상 500만원, 지식경제부·경북대 주최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BPC) 대상인 지식경제부장관상 500만원, 광고단체 연합회 주최 대한민국 광고 경진대회 코삭(Kosac·코리아 스튜던트 어드버타이징 컨페지션) 은상 300만원. 이뿐 아니라 대학 시절 입상만도 총 27번이나 했다.
이러니 전공학과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자랑스런 '미존'이다. 말발도 지존급. 대학생 토론대회에 나가서 대한민국 최고 대학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즉 'SKY대' 토론 대표들보다 더 센 입심을 자랑했다. 백지연이 진행하는 끝장 토론에 나가서도 멋진 입담을 과시했다. 레크리에이션 자격증까지 갖고 있어 사적인 모임에서도 100%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나마 단점이라면 운동에 조금 약하다는 것. 하지만 도전 정신만큼은 '세컨 투 넌'(Second to None),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는 아프리카에 1년 동안 살다 왔다. 2010년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짐을 푼 뒤 나비미아,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 스와질란드 등을 누비고 다녔다. 현지에서 강도도 만나고, 사자 출몰 지역에서 자동차 타이어도 갈아야 했지만 그의 도전 정신 앞에선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사자도 감히 '미존'을 건들지 못했던 것이랄까.
◆3개 야구팀 4번 타자, 정진욱
몸무게 100㎏, 키 183㎝의 운동 '미존'이 있다. 대구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소속 두류수영장 수영강사 정진욱(31) 씨. 그는 매일신문 사회인 야구 테마리그와 경산시 아마야구리그, 대구일보 야구리그 등 3개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모두 4번 타자이자 5할대의 거포로 팀 공격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는 미치도록 잘하는 야구도 모자라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파이팅도 정 씨의 몫이다. 야구팀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미존'. 팀 감독들이 정 씨의 개인 일정부터 먼저 확인하고 시합날을 잡을 정도다.
주말에는 야구를 하지만 월요일에는 풋살을 한다. 거구라 느릴 것 같지만 특유의 유연함과 순발력 그리고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팀의 주전 스위퍼로 뛰고 있다. 이에 그칠쏘냐! 초교 때는 수영선수를 했으며, 중학교 때는 테니스로, 고교 때는 검도로 몸을 단련시켰다. 잘 못하는 운동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 운동에 관한 한 어딜 가나 '미존'이다.
엔터테이너 기질도 좋은 편.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며, 노는 모임에 가도 워낙 덩치가 큰 데다 잘 놀아서 항상 눈에 띈다. 정 씨는 "지식 욕구가 조금 약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는 존재감은 삶의 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 말했다.
◆연예계 '미존'
'미존'의 유행은 연예계가 그 시작이다. 이들 미존으로 인해 뉴스거리가 계속 나오고 항상 이슈의 중심에 선다.
광고계에선 김태희·한예슬·신민아·한가인, 공연계에서는 나훈아·이승철·신승훈·이문세, 영화계에서는 설경구·송강호·황정민·한석규 등이 '미존급'으로 대접받는다. 폭발적 관심은 당연한 부산물. 지난달에는 MBC 드라마 '동이'에서 '티베트 궁녀'로 잠시 나왔던 최나경(30) 씨가 '미존'으로 화제다. 드라마 '동이' 당시 최 씨는 티베트 여우를 닮은 얼굴과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끌어 모았다. 최 씨는 또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에서 발레리나로 등장해 그의 미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바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미친 존재감=말 그대로 그 존재의 힘이 대단함을 이른다. 개그맨 정형돈이 방송에서 유행시킨 표현으로 별다른 분량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의 외모, 스타일 등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 따위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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