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내일을 꿈꾸며 멀리 바라보자…윤일현 소장

수능시험은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모두에게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과 같은 절대평가가 아니다. 수능시험은 전국 수험생들을 영역별로 점수에 따라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이다. 다른 수험생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인 위치가 중요하지 난이도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능 당일에는 문제의 난이도에 울고 웃고 하던 수험생들이 이제는 등급 컷이나 자신의 상대적 위치에 더 관심을 가지며 지망하고자 하는 대학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말이 많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올해 수능문제가 EBS 교재와 연계되어 출제되긴 했지만, 교재 지문이나 자료를 비틀고 변형시켰다. 건성으로 EBS 교재를 본 수험생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교육 업체는 EBS 교재를 심층 학습시키는 신종 메뉴가 생겼다며 표정관리를 한다고 한다. 문제가 다소 어렵게 출제되어 재수생에게 유리했다며 입시학원들은 벌써부터 재수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말들은 한쪽 사람들에게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주지만 다른 쪽에겐 절망감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은 시간을 두고 조금만 비켜서서 보면 보다 객관적으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수능시험을 잘 쳐서 명문대학에 입학하면 인생행로가 좀 더 순탄하고 삶이 더 신명날 수 있다. 그러나 유리한 출발이 반드시 유리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불리한 위치에서 힘겹게 시작해도 진행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끝은 얼마든지 반전시킬 수 있다. 한 번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과거처럼 기득권이 평생 보장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힘쓰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적 유연성과 탄력성을 가지지 않으면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다. 명문 대학을 나와도 대학에서 평생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기득권이 유지될 수 없다. 외양과 간판이 아무런 검증 없이 위력을 발휘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어디에 있든지 실력과 콘텐츠가 중요하다.

가채점 점수와 여러 입시 기관들의 분석자료를 참고하여 가나다 군별로 지망 가능한 3~5개 정도 대학의 전형 요강을 지금부터 면밀히 분석하자. 영역별 반영 방법, 가중치 부여 정도, 표준 점수와 백분위 활용 방법 등 다양한 요소를 참고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과 학과를 골라야 한다. 전형요강을 얼마나 연구하느냐에 따라 대학 선택의 폭이 넓어져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수능시험은 끝났다. 이제 차분히 앉아서 미래를 생각하자.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에 합격 가능한 대학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것이든 즐겁게 몰두할 수만 있다면 대학의 지명도에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시험은 대부분 청소년들이 성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모두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수험생과 가족 모두는 서로의 수고를 인정해 주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음을 바라보아야 한다. 입시가 종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될 것이다.

윤일현(지성 학습&입시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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