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소 건설사 돈줄 바짝 말랐다

자본금 기준 강화로 연말 예금 묶이고, 관급공사 물량 많이 줄어

중소 건설사들이 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을 앞두고 돈줄이 말라 시름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등록기준 실태조사를 앞두고 매년 이맘때면 자본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은행에 예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올해는 더 어려워졌다. 관급 및 민간 공사 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 돈 나올 구멍이 없는데다 정부가 부실·부적격 업체를 솎아내기 위해 등록 기준 충족 여부에 대한 깐깐한 심사 기준을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건설업 등록 기준의 충족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설업관리지침을 개정해 이달 1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새 지침은 자본금 확인용으로 제시하는 예금액이 일시적으로 예치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은행거래 내역 조사기간을 기존 30일에서 60일로 늘렸다. 사채 등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자본금 기준을 충족한 뒤 되갚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대구의 토목업체인 A사 대표는 "내년도 등록기준 실태조사 기준일인 올 12월 말에 맞춰 실질자본금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은행에 돈이 있어도 손을 대지 못한다"며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 돈 나올 구멍이 없는 가운데 정부가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걸러내기 위해 기준을 강화하는 바람에 자금줄이 꽁꽁 묶여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업체 B사의 대표는 "운영자금이 부족하면 자본금 중 일부를 빼내 쓰고 난 뒤 수입이 생기면 다시 채워 넣는 것이 상당수 건설사의 자금 운용 관행"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공공공사는 물론 아파트 등 민간공사의 물량이 줄고 심사기준이 강화되면서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사무실 운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종합건설업체로 등록하려면 토목건축공사업(법인) 12억원, 건축공사업 5억원, 토목공사업 7억원 등의 실질 자본금을 보유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전년 말 재무제표 등을 보고 실태조사를 벌여 다음해에 등록기준 미달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 처분을 내린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 및 경북도회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자본금 등 등록기준 미달로 인해 매년 100여 개 안팎의 건설사가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새 지침을 마련한 것은 부실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켜 건설시장 왜곡 현상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며 "심사기준이 강화되면서 페이퍼컴퍼니가 설자리가 좁아지겠지만, 영세 건설사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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