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가스 현장 근로자 A씨는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안내문 한 장을 받았다. 안내문에는 한 도시가스 시공업체 측에서 날짜별 임금으로 받은 액수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국세청에서 도시가스 시공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현장 근로자한테까지 실시하는 줄은 몰랐다"며 "십 수년 동안 현장에서 일했지만 세무조사는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 '현장소장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세청이 도시가스 시공업체들의 탈루 혐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자 현장소장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26일 오전에는 현장소장 10여 명이 대구지방국세청에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일부 도시가스 시공업체가 가스공급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아예 공사를 하지 않는 등 잦은 불·탈법을 저지르자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공업체 탈루 관행을 끊고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든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무조사 불똥은 현장소장에까지 튀었다. 시공업체들이 추징금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시공업체가 대구도시가스와 맺은 도시가스 공급 계약 자료에는 시공업체가 현장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게 보통"이라며 "이 수치를 토대로 국세청이 세금 추징을 하는 것은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장소장들의 존재다. 이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금 추징은 천양지차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들의 경우 일당이 10만원 이하일 때 세금을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데 반해 현장소장은 개인사업자등록 기준에 따라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현장소장은 엄연히 개인사업자인데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거래 자료가 남지 않는 등 세금추징이 어려웠다는 것. 국세청은 "시공업체와 구두나 서면으로 공사 계약을 맺는 현장소장은 당연히 개인사업자다. 현재 현장소장들 주장은 단속에 걸린 음주운전자가 '왜 나만 잡느냐'고 하는 불평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소장들은 자신들은 일용직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소장 B씨는 "고정된 팀도 없고 작업 때마다 근로자들이 바뀌는데 어떻게 우리가 개인사업자냐. 말이 현장소장이지 일용직 근로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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