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스물 일곱 처녀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KBS1 '인간극장' 29일~12월 3일 오전 7시50분

KBS1 TV '인간극장-남당리 처녀 미선 씨의 꿈'편이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오전 7시50분에 방송된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통통대는 작은 선박 위, 고운 생김새와는 달리 투박한 어부 옷을 입은 장미선(27) 씨가 갓 잡아 올린 팔딱거리는 물메기를 안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장 씨는 공항 면세점에서 근무하며 여느 젊은이처럼 도시의 삶을 꿈꿨던 청춘이지만 외로운 서울 생활과 쌓이는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점점 지치게 했다. 장 씨는 1년 전, 그리웠던 가족들이 있는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바다로 다시 돌아왔다.

바닷고기잡이를 멀미도 없이 놀이하듯 해내는 장 씨는 하루 종일 근무하는 어머니 횟집의 일을 거들면서 얼마 전 수산물 쇼핑몰을 창업했다. 소여물 주고 텃밭 일구는 '농사꾼'에, 장소를 불문하고 찾아가는 '자장면 배달원'까지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어색한 사이였던 10살 터울의 어린 남동생 효순(17)은 둘도 없는 남당리 최고의 친구가 되었고 간호사로 일하는 여동생 윤선(24)은 비번일 때마다 틈틈이 내려와 횟집 일을 돕는 언니의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골 생활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에는 하루 빨리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장 씨는 이제 단조로운 어촌 생활도, 지루함도 탁 트인 바닷가 산책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원피스보다 식당 앞치마가 더 편하고, 쇼핑보다는 통장에 숫자 느는 기쁨이 더 큰 짠순이가 다 됐다. 늘 아끼고 견디기만 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던 둘째딸이지만 어느새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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