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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셀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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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면 스스로 뒤집어 누울 줄도 알아야지."

그는 불판에 달라붙어 꼼짝도 안 하는 삼겹살을 뒤집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해학이 넘치는 그의 재담에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나면 항상 가슴 한쪽엔 뭔가 남는다. 실천에 옮기라는 그의 전언은 불판 위에서 꼼짝하지 않는 삼겹살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는 매번 가벼운 농담을 했지만 그 말 속에는 뼈가 들어있었다.

그는 십여 년 전에 만났던 내 직장 상사다. 윗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회의 때마다 나무랄 일이 얼마나 많을까. 그때마다 그는 기분 나쁘지 않게 농담을 섞어 회의를 진행했다.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인 유머는 귀를 통해 입에서 웃음이 나게 하고, 머리를 통해 마음에 여운이 남게 한다.

내방 상담이 잦았기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부모는 누구든 자신의 아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자모 중에 한 사람이면서도 자식 자랑이 심한 자모를 직접 만나 상담을 할 때는 속으로 곱지 않은 시각의 자리를 펴고 사람을 대할 때가 많았다. 나의 형식적인 인사와 딱딱한 상담 모습을 본 그는 회의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순하게 만드는 첫인사 대화법에 대해 직접 몸짓까지 해가며 너스레를 피웠다. 빼빼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자모를 만날 때와 뚱뚱하고 심술이 많아 보이는 자모를 만났을 때 이렇게 인사를 건네면 열이면 아홉이 순해진다고 시범을 보였다.

"차암, 서구적으로 생기셨네요."

"차암, 동양적으로 생기셨네요."

그의 행동과 말에 우리들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말 중에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뜻이 강하다. 그는 똑같은 사람이 되지 말고 한 단계 위에서 사람과 언어를 부릴 줄 아는 고수가 되라는 뜻을 이렇게 핵심을 찌르는 유머로 전달했다.

그는 직원들의 잘못을 직접 나무라지 않으면서도 깨우치게 하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언어 마술사였다. 그것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긍정적인 생각과 유머를 멈추지 않는 자신만의 틀이 있었다. 자신의 화를 잘 다스려 자신을 지키면서 남을 이기는 방법, 그것은 유머였다.

그와 함께 일하면서 나도 모르게 사람을 대하는 일에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농담도 차츰 늘었다. 지금도 까다롭거나 어려운 사람을 만날 때면 입담 좋았던 그가 떠오른다. 대화에서 약간의 벽이라도 보일라치면 위트의 망치를 들고 먼저 벽을 깨는 방법을 가르쳐 준 그는, 내게 잊지 못할 재치 있는 언어의 스승이다.

주인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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