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시루떡 4대강 사업

대낮에 우리 영토 연평도가 피격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분노를 넘어 또 하나의 어두운 자화상을 본다. 도발자들보다 경제력이 약해서도 아니다. 전투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에는 뭔가 모를 두려움이 깔려 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가. 그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정신 무장이 저들보다 느슨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제각각 목소리만 높았지 수렴된 하나의 거국적인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북 정책이다. 남한을 완전히 둘로 갈라 놓았다. 그러다가 수많은 주검을 목격하고서야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으니 결국 그동안 허송세월한 셈이 아닌가. 이런 갈라진 국력으로 무슨 대역사(大役事)를 이룬단 말인가.

지금 4대강 사업도 그렇다. 어느 쪽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쪽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한쪽은 죽어라고 반대한다. 엊그제 경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가 창원시와 창녕군에서 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주민들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대행 협약을 해제하자 경남도가 사업권 회수의 부당성을 홍보하기 위한 주민 설명회였다. 반대 이유는 간단하다. 군민 대다수가 사업을 찬성하는데 설명회를 열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찬성하고, 지자체는 반대하고, 지역 주민들은 또 찬성하고, 이런 시루떡 삼중 구조가 지금 4대강 사업의 현실이다. 차라리 최근 방한한 세계물위원회 루익 포숑 위원장의 조언이 귀에 솔깃하다. "앞으로 세계 지도자들은 물 부족, 홍수, 오염 같은 물 안보(water security)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4대강 사업은 중요한 사업으로 그 여파가 국제사회에도 미칠 것이다. 다만 강변 생태계를 어떻게 살릴지, 강 흐름을 어떻게 유지할지 등 환경 문제 해결에 많은 사람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고 했다. 주민, 학계, 시민단체 등 이해 관계자와 정부가 공동 관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협치(協治) 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불타는 연평도를 보면서 흥분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시루떡 구조로 무슨 전쟁에 대비한단 말인가. 우리의 내부가 균열돼 있다면 그 힘이 북한보다 애당초 우월할 것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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