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쟁점 현안 등을 단독 처리한 것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주·조연을 나눠 맡은 합작품이다.
법정 처리 시한인 2일을 넘긴 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된 것도 8년 만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11시 예결위 전체회의 장소를 바꿔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으로 가결한 뒤 6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쯤 본회의를 열어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의 허를 찌른 기습 작전에 성공한 것이다.
여야 간 협상 여지가 남아있었음에도 한나라당이 서둘러 강행 처리에 나선 것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예산안 강행 처리의 최대 조력자는 박 의장이었다. 박 의장은 예산안 부수법안 14건과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등 10건에 대해 심사 기일을 미리 지정, 강행 처리의 물꼬를 텄다. 이날 오후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던 박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본회의장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정의화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위임, 직권상정의 길을 열어줬다. 김형오 전 의장 등 전임 국회의장들이 막판까지 협상을 독려하면서 직권상정 여부를 고민하던 모습과 판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앞서 9일까지 예산을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박 의장이 상당한 압박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박 의장은 예산안 처리 후 국회 대변인을 통해 "연말 예산국회가 파행을 되풀이하게 된 것을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을 진두지휘하면서 총대를 멨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상생의 정치'를 다짐해 온 그가 현장 사령관으로 나선 것은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행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터에 그가 강공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향후 정치적 행보와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해가 멀어진 데 따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특임장관의 역할도 주목받았다. 이 장관은 사전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강공을 설득한 데 이어 이날도 본회의장 진입에 앞장서는 돌격 대장역을 자임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예산안이 처리된 뒤 본회의장에서 김 원내대표에게 강하게 항의한 데 이어 이 장관을 찾아 목소리를 높인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9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당내에서 제기되자 사의를 시사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