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그리고 잘 만들어지길 바라는 창작뮤지컬이 한 편 있다. 내년 3월 공연예정인 뮤지컬 . 이 뮤지컬을 통해 가수 이문세의 노래와 이수영의 리메이크곡으로 잘 알려진 노래 '광화문 연가'를 비롯하여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등 고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노래 28곡이 뮤지컬 넘버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2008년 3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으나 결국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작품이 고인이 숨진 지 삼년째 되는 해에 무대에서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고인이 직접 쓴 시놉시스를 토대로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한 세 남녀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리게 된다. 1980,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팝 발라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던 고인의 노래가 뮤지컬이란 장르를 만나 어떤 새로운 느낌으로 전달될지 기대가 된다.
이처럼 인기 대중가요를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 뮤지컬을 '쥬크박스 뮤지컬'이라 한다. '쥬크박스'란 작은 술집(juke)에 설치되었던 것에서 이름이 붙여진 레코드 자동 재생기로 영화에서 가끔 볼 수 있듯이 기계에 동전을 넣고 노래를 선택하면 원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치이다. 쥬크박스처럼 새로운 곡이 아니라 기존의 인기곡을 활용하여 만든 것이 쥬크박스 뮤지컬인데, 아바의 명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 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뮤지컬 가 성공을 거두자 그룹 퀸의 노래로 만들어진 (We Will Rock You),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만든 (All Shook Up), 80, 90년대를 이끌었던 록 밴드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진 (Rock OF Ages) 등이 국내에서 초청 공연이나 라이선스 공연으로 연달아 소개되었다.
국내 제작자들도 쥬크박스 뮤지컬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국내 인기가요 중심으로 노래를 구성한 뮤지컬 를 시작으로 , 등 창작 쥬크박스 뮤지컬들이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70, 80년대가 시대 배경인 이 작품들은 당시 유행했던 대중가요들을 삽입하여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뮤지컬이 낯선 40, 50대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 외에도 가수 왁스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 그룹 동물원의 노래로 구성된 뮤지컬 등 한 가수의 노래로만 구성된 쥬크박스 뮤지컬을 선보이기도 했다.
쥬크박스 뮤지컬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작곡, 작사가라는 1차 창작 집단의 인적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뮤지컬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노래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갈 수 있어 비교적 만들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곡들이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다 보니 관객과의 소통이 쉬워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창작된 쥬크박스 뮤지컬 가운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작품은 드물다. 기존의 노래에 이야기를 끼워 맞추는 형식을 취하다 보니 드라마 구조가 허술하고 대부분 7080세대의 노래가 중심이다 보니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20, 30대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데다 40, 50대 관객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에 기대를 거는 것은 한 작곡가의 노래만으로 구성되는 첫 뮤지컬이니만큼 일관된 흐름을 유지할 수 있고 이제까지 시도된 쥬크박스 뮤지컬 가운데 가장 폭넓은 관객층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이문세의 노래를 추억하는 30대와 40대는 물론 '별밤지기' 이문세를 기억하는 20대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도 기대해 볼 만하다. 뮤지컬 가 친숙한 노래에 절묘한 스토리가 어우러진 한국을 대표하는 쥬크박스 뮤지컬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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