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을 받았다. 직장 구성원들이 투표를 해서 뽑았다고 했다. '어떻게 내가 선정되었나?' 어리둥절했다. 혹시나 '이것 때문에?'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거 김포공항에서 서울 도심에 있는 회의 장소로 택시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회의 장소까지는 멀기도 했지만 그날따라 올림픽대로에 차가 밀렸다. 운전기사 양반이 심심했던지 자기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부인에 대한 자랑을 했다.
"우리 집사람이 전라도 출신입니다. 음식 솜씨가 기가 막혀요. 제 생일날에는 이웃 사람들과 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합니다. 아내는 초대한 사람들을 잘 관찰하는 것 같았어요. '아주머니, 정말 음식이 맛이 있네요.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하는 사람, '음식이 좀 짜네요' 혹은 '맵네요'라고 하는 사람, '아무 말 없이 돌아가나 잘 먹고 간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 '별로라는 표정을 짓는 사람' 등등을 기억해 두는 것 같습디다."
다음 초정할 때가 되면 그들을 하나하나 분류해서 잘 먹고 간다고 말한 사람이나 그런 표정을 지은 사람만 초대하고 음식에 대하여 불평한 사람은 절대로 다시 초대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 식당에 가서 이 말의 위력을 시험해 보았다. 음식을 먹고 "아! 이 음식점 음식, 정말로 맛이 있네요.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하니까 셀프 서비스인 커피도 뽑아 주고 구두도 찾아주고 아주 친절했다.
병원이라는 곳은 여러 직종의 삶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다. 의사, 간호사, 기사, 행정직원, 안내원, 식당에서 일하는 분 등 다양하다. 환자가 잘 나아가면 대부분 의사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환자는 의사 혼자 잘해서 낫지 않는다. 여러 구성원들이 잘 도와야 환자가 회복된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내가 직장 구성원들한테 한 번씩 감사를 표시했을 수도 있다.
이것이 구성원들이 나한테 투표를 던지게 한 원인이 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식은 배우거나 혹은 책에서 얻을 수 있으나 지혜는 깨달음에서 얻는 것 같다. 운전기사가 이야기해 주었던 것은 수천 권의 책을 읽어도 못 얻을 지혜를 내게 준 것 같다.
우리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들을 받쳐주고 있는 분들은 없는지.
이른 새벽 맑은 정신으로 뒤를 돌아보면 가끔 그들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들한테 한 번쯤은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자.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나같이 상을 타지 않을까?
임만빈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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