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학선택

대학 수능 시험이 끝났다.

이제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 지원 대학 원서를 써내야 한다. 물론 수시 지원을 했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저 수능 성적만 올렸다면 지긋지긋했던 '입시'에서 해방됐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부모들이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유아의 손을 잡고 학원 문을 두드리거나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는 수고를 감수하는 것들이 결국은 '대학 입시'를 위해서다.

산업화 이후 '좋은 대학, 좋은 학과'는 안정된 직장이란 등식으로 이어져 왔고 '팍팍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부모나 학생들은 입시를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해 왔다.

이러한 모습은 3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현재나 크게 변함이 없다. 물론 획일적인 한국식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고교 때부터 해외로 나가는 학생 수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 서민들과는 아직도 먼 이야기다.

구구절절, 대학 입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대학 선택'의 중요성을 꺼내기 위해서다.

수능과 내신 성적은 나왔고 이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선택'만이 남아 있다. 소신 지원을 할 수 있는 최상등급 극소수 학생을 빼고는 모두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서울이냐 지방이냐', 또는 '학벌(?)을 위한 대학과 취업에 유리한 학과의 선택' 등 고민에 따른 결정 사항이 하나둘이 아니다.

'아이폰'으로 한순간에 전 세계 핸드폰 시장을 석권한 애플사의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

그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났고 대학 입학 6개월 만에 중퇴를 했다. 노동자인 양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비싼 학비에 비해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별다른 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퇴 후 몇 달간 '서체학' 도강을 했고 이것이 대학에서 배운 유일한 자산이었다고 밝혔다. 훗날 애플사를 설립해 매킨토시를 만들 때 도강 경험이 큰 도움이 된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때 초청 연사로 나와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stay hungry, stay foolish)란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축사를 했다.

올 연말 국민소득이 3년 만에 2만달러 시대에 다시 진입한다고 한다. 또 내년에는 국민소득이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선진화된 사회는 다양성을 요구한다. 특정 대학 졸업장이나 자격증으로 쉽게 살아가던 '학벌 중심'의 사회 구조도 당연히 변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개인이 가진 능력과 글로벌 지식 등이고 이는 대학생활에서 기반을 만들 수 있다. 획일화된 초중고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곳이 대학이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출발점이 대학생활인 셈이다. 대학을 선택할 때 서열화된 등식 구조에 얽매이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1980년대 학력고사(수능) 도입 이후 고착화된 대학 서열을 깨뜨리기 위해 상당수 대학들이 우수 학생들에게 해외 유학과 전면 장학금 지급 등 '파격적인 특전'을 내걸고 있다.

부담 없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청년기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다.

대학 중퇴자인 스티브 잡스가 최고 명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듯, '학벌'의 벽을 깨고 한국에도 또 다른 스티브 잡스가 나올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재협기자(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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