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대구는 서울, 인천, 대전 등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2015년 열릴 예정인 제7차 세계물포럼 국내 개최도시로 선정됐다.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박은경(64) 한국물포럼 총재의 생각은 달랐다. "최근 한국을 찾은 로익 뽀셩(Loic Fauchon) 세계물위원회 위원장도 이 결과에 대해 첫마디가 'What?'이었어요. '왜 대구냐?'는 의미였지요. 하지만 대구가 가진 물에 관한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박 총재는 14일 오후 대구EXCO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유치기반 조성 토론회'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그는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세계물포럼 유치를 하기 위해 대구만이 가진 물에 대한 잠재력을 집중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시·도민은 그동안 페놀, 다이옥산 파동 등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까? 지금도 지역민과 물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가장 먼저 나오는 주제가 낙동강·금호강 수질 문제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금호강을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하는 등 물에 관해선 가장 지혜로운 지역입니다."
박 총재는 그래서 세계물포럼을 반드시 지역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물포럼은 물부족·위생·수질·수자원 정보화·물 안보 및 분쟁, 재해관리, 물 거버넌스·물 관리·물과 식량 등 9개의 이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국제적 모임입니다. 이런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곳이 또 대구경북이지요."
그는 "요즘 낙동강 취수원 이전 문제나 국내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 천연암반수를 식수로 활용하는 동네우물 프로젝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 사례 등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얘깃거리가 풍부하다. 이를 중점적으로 세계물포럼 개최지 선정에 투표권을 가진 이사기관에 어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지난해 10월 여성과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물포럼을 주관하는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의 집행이사 6명 중에 포함된 인물이다. "세계물위원회는 물산업이 이미 발달된 도시보다는 물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식이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를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물론 대구경북 시도민, 기업체, 시민단체 등 모든 분야에서 힘을 결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대구시의 유치 의지는 낮아도 너무 낮다. "이날도 세계물포럼 유치의 의의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라고 해서 서울에서 달려왔는데, 정작 참석할 거라던 대구시장이 얼굴조차 안 보였어요.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물포럼 유치 사무국에 파견하려고 약속했던 국토해양부·환경부 등 부처 공무원 파견이 힘들다고 통보가 왔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대구가 적극적으로 뛰어 중앙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국가행사니까'라는 생각에 팔짱만 끼고 있다면 국내 개최도시 간판을 하루빨리 반납해야 해요."
박 총재는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 빗대 세계물포럼은 'G200'에 견줄 만하다고 했다. "물포럼에는 200여 개국에서 3만여 명의 정부 수반, 각료, 지방정부 관계자, 물기업 CEO 등이 대거 참여합니다.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전 세계에서 '대구' 하면 '물'을 떠올리게 할 수 있어요." 그는 세계물포럼이 대구경북에 큰 선물을 줄 거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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