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열풍으로 등산, 트레킹에 이어 인간 생활과 본성에 가장 가까운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 '올레'에서 따온 '올레길'은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이같이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는 우리말과 관련된 재미있는 길 이름이 많다. 그 길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고, 문화가 살아 있고,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폭이 좁아 호젓한 길인 '오솔길', 사람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넓은 길인 '한길'은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고샅길(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등굽이길(비교적 완만하게 활처럼 휘어진 길) 바라길(바다 해변길) 벼룻길(아래가 강가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 서덜길(냇가나 강가 따위에 나 있는 돌이 많은 길) 에움길(빙 둘러서 가는 우회길) 자드락길(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 잿길(언덕바지에 난 길) 가르맛길(똑바로 올라가게 된 언덕길) 고빗길(힘들고 가파른 길) 논틀길(논두렁 위로 난 꼬불꼬불하고 좁은 길) 눈구멍길(눈이 많이 쌓인 가운데의 길) 돌림길(곧장 가지 않고 멀리 피하여 가는 길) 사릿길(사리를 지어 놓은 것처럼 구불구불한 길) 등이 있다.
지난 11월 행정안전부가 '찾아가고 싶은 명품 녹색길' 책자를 발간하여 '걷기 중심'의 길 33곳을 소개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울진 '십이령 바지게길', 영주 '죽령 옛길', 경주 '문무대왕 장례길', 안동 '퇴계 오솔길', 봉화 '승부역 가는 길' 등이 포함됐다.
다가오는 성탄절 연휴를 맞아 너부러져 집안에 틀어박혀 있지만 말고 명품녹색길을 찾아 한 해를 마무리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명품 녹색길이 아닌 '마실길'이라도 괜찮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혼자라도 가보자. 일상사에 쫓겨 지친 심신을 달래며 한 해를 정리하는 계기라면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너부러져 있지만 않으면 성공이다.
"연일의 강행군에 모두 너부러지고 말았다."에 나오는 '너부러지다'는 힘없이 너부죽이 바닥에 꺼부러져 늘어지다라는 뜻이다. '너부러지다'를 '널부러지다'로 표기하면 안 된다. 또 '널브러지다'를 '널부러지다'로 표기하는 것도 잘못이다. '널브러지다'는 너저분하게 흐트러지거나 흩어지다, 몸에 힘이 빠져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축 늘어지다라는 뜻으로 "운동회가 끝난 운동장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로 쓰인다.
올해 한글날을 맞아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한글에 대한 시청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아름다운 순우리말로 '미리내' '시나브로' '사랑' '가람' '누리' 등이 뽑혔다. 우리말 길 이름뿐만 아니라 우리말 사랑이 바로 나라 사랑이라면 지나칠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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