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도시 우리가 만든다] <하> 소비시장 창출이 성장 동력

공연 인프라는 갖춰졌다…미래 수요층 넓히는 노력 필요

봉산문화회관의
봉산문화회관의 '미숙아 놀자! 예술 아카데미'는 어린이들이 예술 체험 활동을 통해 문화와 친숙해지게 한다.

공연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건전한 소비 시장의 형성이다. 아무리 좋은 공연장이 있고 괜찮은 작품을 들여와도 소비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대구의 공연 소비자층 형성을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작부터 인큐베이터 작품에 이르기까지 수준도 폭도 넓다. 미래의 공연 수요층을 겨냥한 유소년과 청소년 등에 대한 꾸준한 공연 접근 시도도 많다. 물론 기성 수요자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지평 넓히기도 병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야만 공연도시 대구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든든한 토대가 쌓여야만 대한민국 대표 공연도시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서울의 하부(?)구조로서의 대구 공연시장

서울 작품들의 대구 '점령' 주장은 대구가 공연물의 단순 소비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지금 대구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성공을 보고 대구가 서울 다음가는 공연 시장이며 대구의 잠재력을 입증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구만한 시장을 갖고 있는 도시는 서울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론자들도 적지 않다. 공연 성수기인 연말에도 대작들 때문에 작은 공연이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공연도시 기반 확대에는 관심이 없고 지방의 돈만 긁어간다고 야단이다. "번지르르한 공연장을 만드니까 서울의 기획사들이 내려와 대구의 관객들 주머니만 털어간다"는 것이다. 연극인들과 소극장 관계자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서울 사람들이 백날 왔다가고 큰 공연이 이어져도 대구의 공연 역량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뮤지컬 축제, 오페라 축제 등에 돈을 들이지만 결국 대구에 남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작 공연 기획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달라도 완전히 다르다. "한국 영화시장이 1천만 시대를 열고 한국 영화의 수준을 이만큼 끌어올린 원동력은 한국 영화인들이 격렬하게 시장 확대를 막았던 할리우드 영화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 공연시장의 파이를 더 키워놓아야 명실상부한 공연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파이를 키우지도 않고 지역만을 고집하고 대구라는 울타리에 갇힐 경우 '공연도시=대구' 등식의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 같다.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고 현실에 부합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양한 관객층 만들기 노력과 참여형 공연 소비

타 도시의 공연 관계자들은 종종 "대구의 규모가 딱 좋다"고 한다. 서울처럼 무지막지하게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구가 너무 적어 공연시장 자체의 형성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적당한 크기의 시장과 부족하지 않은 공연 관련 인력이 공급되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손색없는 시설과 수요층도 있어 공연하기에 꽤 괜찮은 도시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가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예술소비운동 등 참여형 소비와 찾아가는 음악회 등 전달형 소비 형태가 펼쳐지고 있다.

참여형 소비 운동으로 대구예총(회장 문무학)이 시작한 '예술소비운동'이 눈에 띈다. 예총 내에 '예술소비운동본부'(이하 예소본)라는 기구를 두고 전시와 공연 부문으로 나누어 전시 부문 최상대(대구예총부회장), 공연 부문 손경찬(대구문협 회원) 씨를 본부장으로 임명하고 활동을 개시했다. 월 1권 이상의 책읽기, 월 1회 공연장(영화관)과 전시장 찾기가 권장사항이다. 회원은 현재 약 600여 명.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고 입회비는 없다. 예소본에서 회원들에게 문자와 카페를 통해 단체관람을 공지할 때 참가하면 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관장 이형근)의 '아하 오페라'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페라가 비싸고,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는 데 일조했다. 일반 그랜드오페라 관람료의 5분의 1 가격으로 6회 공연에 1만1천500명 넘는 관객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으며 리허설도 오픈, 유료화했다. 학생층이나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오페라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심었다는 평가도 있다. 내년에는 연간 상품권도 발매하고 지방 공연도 추진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대구학생문화센터(관장 장태환)가 마련하는 '해설이 있는 토요문화콘서트'는 2005년부터 시작, 토요 학교 휴업일에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총 14회 공연을 펼쳤으며 국악, 관현악,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 만 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지역의 유명 연주 단체들이 참여하는 수준 높은 공연이 마련돼 초·중·고 학생들에게 음악과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 호평을 받고 있으며 신청자들이 줄을 잇는다.

봉산문화회관의 '미숙아 놀자! 예술아카데미'는 어린이들의 예술체험활동을 통한 창의성, 표현성, 참여성 향상 및 감성 가꾸기 활동이다. 매년 겨울방학에 3주간 이어진다. 이번 시즌은 1월 4일부터 23일까지다. 프로그램은 음악창작놀이, 미술놀이, 연기놀이, 뮤지컬놀이 등으로 구성된다. 조기 문화교육을 위한 부모들의 열기 때문에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전달형 문화 소비 창출

대구문화재단은 올 4월부터 사랑티켓사업을 벌이고 있다. 공연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관람료를 최대 7천원까지 지원한다. 대구지역에 거주하는 23세 미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수혜자가 1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더 확대된다.

대구시립예술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입시와 과외로 공연 관람이 어려운 학생들과 문화생활이 어려운 병원, 불우시설 등의 시민들을 찾아가서 연주회를 연다. 매 공연마다 공연 프로그램을 제작·배부하고 전문 사회자를 배치,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만 학교 74회 등 100회의 공연을 열었고 6만6천여 명이 관람했다. 2011년에는 70회 정도로 횟수를 줄이지만 그만큼 질 높은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또 개별 예술단의 독립적 공연보다 2, 3단체의 합동공연을 추진하여 다양한 장르의 공연관람 기회도 제공한다. 다른 형태지만 시립극단은 매년 겨울에 일반 시민들 대상의 연극교실을 개설, 연극과 뮤지컬의 기본기에 대한 교육을 거쳐 실험 공연까지 벌이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성아트피아도 미래의 잠재 관객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지난달부터 벌이고 있다. 지난달 8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화 같은 클래식 음악회'를 시작으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가 두 차례 열려 1천500명이 클래식의 향기에 젖어들었다. 관내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아이~ 재밌다! 음악회'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범위를 더욱 확대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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