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절망 이겨내고 희망의 새해 맞을래요"

백혈병 투병 배혜정씨 본사에 메시지…'이웃사랑' 따뜻한 격려

"매일신문 독자분들의 도움 덕분에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달 28일 오전, 이웃사랑 제작팀에게 문자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배혜정(가명·26·본지 8월 25일자 보도) 씨가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는 혜정 씨를 처음 만났던 올해 여름, 그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미안하다며 여러 차례 거절했던 분이었습니다.

혜정 씨는 도움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2주일에 한 번씩 장애아동 보호센터를 찾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보듬어 주는 법을 알았던 사람이었지요. 그런 혜정 씨에게 찾아온 병은 그래서 더욱 가혹했습니다.

1년간 항암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고 생각할 때쯤인 올해 5월 암세포는 다시 혜정 씨를 덮쳤습니다. 이웃사랑 제작팀을 만난 것도 그가 두 번째 투병 생활에 지쳐있을 무렵이었습니다. 2006년 간암으로 고인이 된 아버지, 지난해 3월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했던 그였기에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아픈 어머니와 두 살 어린 여동생을 지키는 울타리였던 그는 병마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희망보다 절망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여길 때였습니다.

하지만 혜정 씨는 다시 힘을 냈습니다. 이웃사랑 독자 분들이 그의 마음에 '따뜻한 옷'을 입혀줬기 때문입니다. 사연이 소개된 뒤 수백 명의 릴레이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힘내세요'라는 이름으로 작은 정성을 보태주시기도, 제작팀에게 전화를 걸어 "세 식구가 암으로 고통받는다니 너무 안타깝다. 힘내라고 전해달라"며 보이지 않는 격려가 희망의 싹을 틔웠습니다.

2천만원이 넘는 성금은 혜정 씨의 생명을 이어주는 튼튼한 동아줄이 됐습니다. 두 살 어린 여동생의 골수와 절반이 일치했지만 수술비가 없어 차일피일 미뤄오다 지난달 혜정 씨는 골수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혜정 씨는 지금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퇴원해 대구의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혜정 씨는 외래 진료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병원에서 6시간 동안 재발을 억제하는 주사를 맞습니다. 몸은 고단해도 마음만은 지치지 않습니다. 그의 생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기 때문이죠.

혜정 씨는 마음 속에서 절망을 몰아내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혼자 힘이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독자분들이 전달한 성금은 단순한 치료비가 아니라 진심어린 사랑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이웃사랑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바통이 전달되길 원합니다. 2010년 이웃사랑과 함께해 주신 독자분들과 2011년에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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