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헉! 사과 한 개 3천원·돼지고기값 작년 1.6배

설 장보기 비상…사과 배 지난해比 70% 올라

구제역 '후폭풍'이 설 밑 장바구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돼지고기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유통업 관계자들은 "통상 과일이나 육류는 설 명절을 10여 일 앞두고 오르는 것이 시장 정설이지만 올해는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과일값 고(高)고(高)

과일 가격은 3년 만에 딱 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상 고온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설 대목과 구제역 여파로 과일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9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효성청과 가격 정보에 따르면 현재 ㎏당 사과와 배의 평균 도매가격은 각각 1천989원과 1천914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사과 1천392원, 배 1천683원에 비해 60~70% 오른 가격이다.(표 참조)

이외에도 감귤, 감 등 다른 과일류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나 뛰었다.

특히 감귤의 경우 해걸이(한 해가 풍작이면 다음해는 흉작) 품종인 탓에 지난해 1월에 944원에 비해 600원이나 뛴 가격(1천554원)에 거래되고 있다.

월평균 도매가를 따져도 과일값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농수산물유통센터 가격정보시스템(KAMIS) 조회 결과 올 1월 사과 15㎏의 월평균 도매가격은 9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6만3천500원대보다 두 달 새 무려 30%나 올랐다. 지난 2008년 1월 사과 평균가격은 4만6천900원이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통상 설 명절을 10여 일 앞두고 과일값이 오르지만 올해는 20여 일 전부터 상승 행진이 시작됐다. 차례상에 올릴 사과와 배를 5개씩 준비하는데 드는 평균비용은 3만940원으로 지난해(2만1천550원)보다 43.6%나 뛰었다"고 말했다.

과일값 고공행진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이상 기온으로 쓸 만한 대과(大果)가 전보다 줄어든데다 설 대목 수요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효성청과 김형수 경매사는 "업체들이 출하물량을 조절하는 시기인데다 한파로 인해 작황도 부진하다"며 "과일 선물수요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보여 설 성수기 도매가격이 1월 초보다 사과는 24%, 배는 23%가량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 최고치 돼지고기값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5천920원으로 불과 2개월 전 3천703원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올랐다. 특히 지육(머리, 발, 내장 등을 제외한 고기)은 ㎏당 6천231원으로 처음으로 6천원대를 돌파했다.

돼지고기값 고공행진은 물론 구제역 여파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상승 곡선이 더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는 점. 18일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196만 마리로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사육두수 998만 마리의 20%에 해당하는 돼지가 사라졌다.

육가공 업체인 전진바이오 팜 축산사업부 전경서 상무는 "구제역 상황이 종료된 시점에서 사육 돈수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2월에 구제역이 진정되더라도 올 하반기나 내년 초쯤 정상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돼지 가격이 출혈 경쟁으로 저가를 유지했다는 것도 시장가격 불안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적정 돼지 사육 돈수를 950만 마리 정도로 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는 50만 마리가 많았고 이 때문에 공급 가격이 원가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것. 돼지 생산의 40% 이상을 점하는 사료비도 국제 사료가격 상승으로 올해 10% 이상 오를 전망이어서 가격 불안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신종철 과장은 "구제역 여파로 육류 소비심리가 위축돼 지난해 대비 소비가 20% 정도 줄어들어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막고 있다. 그러나 소비가 살아나거나 구제역이 장기화되면 향후 30% 이상 상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업자들은 향후 가격 상승을 내다보고 '냉동육 사재기'에 나서고 있고 중국집과 고깃집들은 오르는 돼지고기 가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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