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거 준비를 하다 보니 타락한 군수가 됐습니다. 회개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2008년 한 건설업자에게 개발사업 인·허가 특혜를 주는 대가로 아파트 분양대금 12억2천만원을 대납시키는 등 뇌물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종기 전 충남 당진군수가 최근 법정에서 한 최후 진술이다. 그는 감사원 감사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적발된 후 지난해 4월 말 위조 여권을 이용해 해외도피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잠적했다가 검찰에 검거됐다.
#2.권영택 경북 영양군수는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감사원에 비리가 적발됐다. 군수 시절 자신과 장인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고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기초단체장은 관할 지역 내에서는 행정·재정적으로 전권을 행사한다. 인사권, 인·허가권, 예산 편성·집행권 등 권한이 단체장에게 집중돼 있지만 지방의회 등의 견제기능이 약할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과 호남의 경우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해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권한'만 있고 '견제'는 없다=자치단체장, 특히 기초단체장이 비리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폭넓은 권한이 있는 데 반해 견제장치가 약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면 각종 인·허가권과 도시개발사업, 공유지 매입·매각 등 각종 이권 사업을 주무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이권 사업과 인사권은 단체장이 공직사회 안팎에 자신의'인적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드러난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이 됐지만 기초단체장들에 대한 기소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소 비율을 보면 1기 9.3%에서 2기 24.2%, 3기 31.5%, 4기 47.8%다. 2006년 하반기부터 임기가 시작된 민선 4기의 경우 기초단체장 230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110명이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전북 임실군의 경우 1995년 이후 선출된 군수 3명 모두가 뇌물수수 등 비리혐의로 구속돼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이에 따른 행정공백과 지자체의 파행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단체장의 비리발생은 제도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자치권은 미약하지만 단체장 권한은 막강하다. 실제 인·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단체장에게 리베이트가 필수이고 간부직급 승진에는 수천만원이 오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경북 한 정치권 인사는"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할 때 과거에는 5천만원이 필요했고, 요즘은 다소 떨어져 3천만원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주민소환제 요건 낮춰야=지역 주민이 자치단체장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제도로 주민소환제가 있다. 주민소환제는 민의에 역행하는 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해직시킬 수 있는 제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주민소환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27차례 소환이 추진됐지만 투표까지 간 것은 단 두 차례였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2007년 경기도 하남시장 소환투표의 투표율은 31.3%였고, 2009년 제주도지사 소환투표 투표율은 11%였다.
현행 법률에는 시·도지사 소환을 청구하려면 유권자의 10%, 시장·군수·구청장 소환은 유권자의 15%, 지방의원은 유권자의 20% 이상의 서명을 규정하고 있어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 교수는"청구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별로 없다"며 "견제 장치가 실제로 운영되려면 요건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인·허가 비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회계의 투명성과 독립성도 높여야 한다. 기초단체의 경우 회계책임자와 감사관을 모두 지자체장이 임명하고 있어 비리를 차단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인사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임기가 보장되는 인사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행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세헌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선 단체장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는 단체장이 지방의원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갖는 구조로 단체장 중심의 지방자치다"며 "의회에 권한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의 감시, 주민들의 참여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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