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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칼바람, 꽁꽁 닫힌 서민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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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 체감 물가 2배↑ 손님 뜸해 상인 한숨

설을 사흘 앞둔 31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이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설을 사흘 앞둔 31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이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을 만끽해야 하지만 올해는 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계속되는 한파와 껑충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데다 시장을 찾은 이들도 바짝 허리띠를 졸라맨 탓이다.

31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한 과일 가게 앞에서 상인과 50대 주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참외 3개에 1만원은 너무 비싸요. 1천원만 깎아줘요." "과일 값이 너무 올라 저도 남는 게 없어요." 한참이나 흥정을 하던 주부는 포기한 듯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칠성시장에서 장을 본 이춘남(70·여) 씨는 "뉴스에서는 20만원만 있으면 설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지만 어림없는 소리"라며 "지난 설에 비해서 사과도, 생선도 모두 2배로 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차례용품을 파는 상인들은 예년에 비해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치솟는 물가에 동장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쇼핑객들이 난방이 잘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까닭이다.

차례용품인 과일과 생선가게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칠성시장에서 청과업체를 운영하는 권순삼(58) 씨는 "마진을 바짝 줄여 팔아도 손님들이 망설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25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마분늠(65·여) 씨는 "차례용품으로 필수인 수입산 참조기도 마리당 1만3천원에서 2천~3천원 오르는 등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설 대목은 사라진 느낌"이라고 했다.

건어물을 파는 이명순(61·여) 씨는 "명태나 오징어 등 건어물 가격이 지난 추석과 비슷한데도 손님들은 비싸다며 손사래를 친다"고 했다.

전통시장을 찾은 서민들은 차례용품 구매량을 줄이는 등 지갑을 닫았다. 서문시장에서 장을 봤다는 주부 이태자(58·남구 대명동) 씨는 "고사리나 도라지 나물은 한 끼 먹을 만큼만 장만할 정도로 이전 설보다 절반으로 줄였다"고 했다.

반면 택배 물량은 오히려 늘었다. 경북체신청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에 접수된 택배 물량은 지난 설에 비해 17% 정도 증가했다. 경북체신청 관계자는 "구제역 여파로 귀향 포기자들이 늘고 긴 설날 연휴를 이용해 해외 여행객들이 증가하다 보니 직접 방문보다 택배로 설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한통운 대구지사도 예년 설보다 20% 정도 택배 물량이 늘었다. 김경수 대한통운 택배물류 담당은 "이번 설에는 대형마트에서 들어오는 택배 물량을 받지 않았지만 전년보다 물량이 증가했다. 물가는 상승했지만 연휴가 길어서 설 선물이 많이 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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