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에다 한파, 천정부지의 물가까지 서민 살림살이를 위협하면서 귀향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경기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한쪽으로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돼 설 경기 또한 심한 온도차를 보였다.
무엇보다 구제역 여파로 귀향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까지 나온 형편이라 귀향객들도 난처한 입장이다. 귀향이 되레 고향에 해가 되지나 않을까 주저되는 현실인 것이다. 경북 23개 시'군에서 올 설 귀향객이 예년의 200만 명에 비해 25~30%가량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래저래 올 설은 명절 분위기보다 생계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런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서인지 안동 풍산 류씨 종가에서 설 차례상을 차리지 않기로 결정하자 하회마을 전체가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큰집에 우환이 들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하회마을 종가의 전통에 따른 것이지만 구제역 등 나라 사정에도 예외는 아닐 성싶다. 정부나 지자체도 이런 마음가짐을 눈여겨보고 정책과 소통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흔히 명절 민심으로 국정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말이다. 이에 여야가 앞다퉈 '친서민'을 강조하며 귀향 여론에 매달리고 있다지만 표를 의식한 시늉에 그친다면 여간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소용없는 정치 행위가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소통하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치권은 이번 설을 귀를 활짝 열어 민심을 충실히 듣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 또한 나보다는 이웃,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뜻깊은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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