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광도시 경주시의 자연재해 예방행동 매뉴얼에 '한파 재해'가 빠져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 재해관련 부서에 따르면 태풍과 호우, 해일, 대설, 황사, 가뭄, 지진, 폭염, 풍랑, 강풍 등 경주의 대표적 자연재해는 예방행동 매뉴얼에 포함됐지만 '한파'는 따로 행동 매뉴얼을 두지 않고 있다.
이는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권의 날씨를 보이지 않는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 경주지역 수온주가 보름 넘게 아침 - 6~11℃의 기온을 보이다 지난달 16일에는 -13도를 기록해 지난 1984년 12월 8일 - 12.8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겨울이 따뜻한 경주가 27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지만 시민들은 한파가 낯선데다 관련 부서마저 이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주소방서와 경주시 재난상황실 등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하루 평균 20건이 넘는 동파 신고가 접수되고 급수지원 요청이 200여 건에 달했다.
특히 상수도 배관이 얼어붙어 생활용수는 물론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자 소방차가 비상급수에 나섰다. 하지만 소방차 물은 식수로 부적합해 시와 소방서에는 이에 대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파로 보문단지의 관광 레저시설도 직격탄을 맞았다.
바람이 적고 비교적 따뜻해 겨울에 오히려 각광을 받던 B골프장의 경우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매출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또 S골프장도 추위와 폭설 등으로 보름간 영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현대호텔 한 관계자는 "새해를 맞아 경주지역 각 유적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추운 날씨로 곳곳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관광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경주 관광 1번지 보문단지에는 내린 눈이 얼어붙으며 북군동~대명콘도 1㎞ 구간이 빙판으로 변해 하루에도 수차례 자동차들의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해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가 약화됨에 따라 북극지방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하면서 한파가 나타났다"며 "자치단체도 한파 등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예방 행동 매뉴얼에 한파를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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