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솟는 물가, 전세대란까지… "먹고 살기 어렵다"

이번 설 대화상에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터널 끝이 안 보이는 취업난 속에 생활물가와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 구제역 사태의 장기화로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말할 수 없이 팍팍하다는 것이었다.

주부 이미옥(57) 씨는 설은 넘겼지만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설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 지난 추석보다 딱 '2배'가 들었다. 제수용품 사과 작은 것 하나에 3천원이면 말 다한 것 아니냐?"며 "하늘 모르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다가오는 제사가 무섭다"고 했다.

설 연휴 기간 추위는 누그러졌지만 민심은 차가웠다. 치솟는 물가 탓에 길었던 설 연휴는 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 사이에서도 좀체 나아지지 않는 서민 경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영이(47·여) 씨는 "올해 큰 애가 사립대에 입학하는 데 내야할 등록금이 400만원이 넘더라"며 "첫 등록금은 직접 마련해 주려고 했는데 요즘 가게 매출이 줄어서 어쩔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한숨지었다.

떨어질 기세가 보이지 않는 기름값도 서민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직장인 김경문(43) 씨는 "집에서 직장까지 왕복 30㎞인데 최근 기름값이 올라서 주유비가 한 달에 5만원 이상 더 들어가는 것 같다"며 "휘발유가 ℓ당 1천800원이 넘어서 주말 나들이는 포기했다"고 투덜댔다.

전국적인 전세 대란도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직장에 취직한 서모(27·여) 씨는 "지난해 5월 취업 통보를 받았을 땐 마냥 기쁘기만 했는데 대구집을 떠나 서울에서 사니 걱정만 늘어난다. 지금 월세 50만원(보증금 3천만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어 방세가 너무 부담이 된다"며 "최근 서울에서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택시 운전사 김모(60) 씨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서민 물가를 잡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지금 상황이 전 정부 때보다 나아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우리 같은 서민들뿐"이라며 "정부가 물가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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