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매주 지면에 실리는 건축과 생활의 저자는 건축사이다. 통일신라의 불국사 석굴암을 만든 김대성과 조선조에 한양 천도를 기획하고 경복궁을 만든 정도전은 건축사요, 왕은 건축주인 것이다. 다시 말해 무형의 대지에 3차원적인 공간(건물이나 구조물)을 기획, 설계하고 건설되어가는 모든 과정을 감독하고 또 완성된 이후에 목적에 맞게 안전하게 사용되어지는가 유지 관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행하는 사람이다.
건축사는 1963년에 제정된 건축사법에 의해 그 자격 및 업무와 지위가 보장되는 전문직으로 법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 등을 행하는 자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건축물의 설계라는 용어 때문에 일반적으로 '설계사'라는 명칭이 많이 통용되고 있는데 법적으로 설계는 공사에 필요한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그 설계도서에서 의도한 바를 해설하며 지도, 자문하는 행위를 말하며 감리는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품질관리, 공사관리, 안전관리를 지도 감독하는 행위를 말하므로 단순히 '설계사'라는 용어는 잘못된 말이다.
건축사는 전문직(Profession)이라고 불리는 직업(Vocation)군에 속한다. 특정한 가치를 공유하며 사회적으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전문직으로서 신분이 바로 건축사이다. 이러한 직업군에는 의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등이 있다. 전문직은 고등교육에 의한 특정학문에 기반을 두고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일정 기간 동안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판단이 사회공익(Public good)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직의 특징을 열거해 보면 첫째, 길고 고된 교육일 것이다. 건축사는 5년제 건축학사(건축공학 4년제 공학사) 취득 후 건축사 예비시험을 통과한 자가 최소 3년(4년제 5년) 이상의 수련과정을 거친 후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축사 시험에 합격하였을 때에 건축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의사나 법학대학원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나 동일한 것이다. 둘째, 전문성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상품이나 특정한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나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판매하는 것으로 다양한 지식과 고도의 이성적인 판단, 그리고 예술성을 겸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자격증의 취득이다. 전문직은 공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과 경험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것을 요구하며 의무적으로 종합시험에 통과하여야 한다. 이는 공공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의사가 진료 중이거나 변호사가 변론 중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듯 건축사도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조건보다 최우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전문직이 되었을 때 사회는 전문직에게 상당한 수준의 명성과 존경, 자율성과 권위, 그 지위에 맞는 보수 등의 권리와 특권을 부여한다. 이러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허가 및 실무에 대한 규준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것, 공중의 위생과 안전, 복지를 보호하고 심지어 건축주를 위하여 일을 할 때도 공익을 고려하며 개인적인 이득보다는 공공복지를 우선적으로 존중하여 수행하기를 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위의 설명처럼 전문직으로서 50여 년 이상 지속되었던 건축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시민이나 언론매체에서 아직도 용어에 대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미흡한 마음에 장황스럽게 설명한다. 이제부터는 설계사도 소장도 아닌 국가에서 법적으로 보장해준 정확한 명칭인 건축사라 불러 주길 부탁드린다.
건축사 최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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