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산동 청라언덕은… 1900년대 대구의 몽마르트

'동무생각' 모티브 된 담쟁이 길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이 된 대구 중구 동산동의 '청라언덕'은 대구 근대문화의 중심지다. 그 아래로 3·1운동길, 선교 박물관, 의료 박물관, 90계단, 상화 고택, 약전 골목, 제일교회, 신명학교, 계산성당 등이 이어지면서 대구의 근대 예술가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 곳이다. 1900년대 대구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이곳은 1899년 그 언덕 아래로 십자가 모양의 계산 성당이 한옥으로 축성된 후 시인 이상화, 화가 서동진과 이인성, 작곡가 박태준 등이 그 언덕을 오가며 한국 근대 예술의 꽃이 된 아름다운 작품들을 피워냈다.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 자를 써서 '푸른 담쟁이 덩굴'이란 뜻을 가진 청라언덕은 당시 박태준이 다니던 계성학교의 아담스관과 맥퍼슨관, 그리고 언덕에 위치한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들이 푸른 담쟁이덩굴로 휘감겨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동무생각'은 박태준(1900~1986)이 마산의 창신학교 교사로 근무할 적에 만들어진 곡으로 동료교사이던 이은상(1903~1982)이 글을 붙인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곡이다. 박태준이 계성학교를 다닐 무렵 신명 여학교에 다니던 한 여학생을 사모했는데 내성적인 성격 탓에 끝내 고백하지 못했고, 세월이 흘러 박태준의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이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노래 제목이 '사우'(思友), 바로 '벗을 생각함'이라는 뜻의 '동무생각'이다. 수줍은 청년의 로맨스를 간직한 청라언덕의 '동무생각'은 당시 청소년들의 애창곡으로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일본 식민지 시절의 노래들이 슬프고 우울한 데 반해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이 노래는 학교 창가나 유행가 외에는 마땅히 부를 게 없던 청소년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당시 청라언덕에 백합은 없었고 노랫말은 백합처럼 희디흰 얼굴의 그 여학생을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출생한 박태준은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터스칼럼대학, 웨스트민스터 음악대학을 거쳐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 '오빠 생각' '가을밤' '동무 생각' 등 150여 곡의 동요와 가곡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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