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했다.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로다. 거가대로는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개통한 지 불과 두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평일에도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거가대로 덕분에 거제 가는 길도 훨씬 수월해졌다. 과거에는 통영으로 빙 둘러가야 했지만 지금은 한달음에 거제에 갈 수 있다.
거제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 그동안 가고 싶어도 먼 거리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거가대로 개통으로 거제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남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거가대로를 다녀왔다.
거가대로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를 잇는 길이 8.2㎞, 왕복 4차로 도로다. 거제도와 가덕도의 앞 글자를 따 거가대로로 명명했다. 2조2천345억원의 민간 자본이 투입돼 착공 6년 만인 지난해 12월 개통됐다. 거가대로는 가덕도~대죽도를 잇는 가덕해저터널(3.7㎞)과 중죽도~저도~거제 장목을 연결하는 사장교 구간인 거가대교(4.5㎞)로 구성돼 있다. 아름다운 남해 풍경과 어우러진 다이아몬드형의 수려한 사장교 교각, 국내 최초 침매공법(육상에서 구조물을 만든 뒤 바다에 가라앉혀 연결'설치하는 공법)으로 만든 해저터널로 인해 건설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구에서 거가대로를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대구~부산신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1시간쯤 부지런히 달리니 차는 어느덧 청도~밀양~삼랑진을 지나 부산신고속도로 끝인 대동IC에 도착했다. 요금을 내고 5분 정도 더 가니 갈림길이 나왔다. 우측 부산신항으로 길을 잡아 20여 분을 더 달리니 컨테이너 가득한 부산신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활기찬 부산신항을 바라 보며 눌차대교와 가덕터널을 지나니 가덕도 톨게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바로 가덕해저터널 입구다.
해저터널로 진입하기 전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가덕휴게소에 들렀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했다. 바다 속과 바다 위를 번갈아 달리는 특별한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거가대로를 찾은 차량들이다. 거가대로를 이용하기 전 사람들이 가덕휴게소에 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전망때문이다. 휴게소 뒤편에 아름다운 남해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쉼터에 서면 중죽도~저도를 연결하는 사장교와 거제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휴게소를 나와 드디어 해저터널로 들어섰다. 해저터널은 지상에서 수심 48m까지 서서히 내려갔다 서서히 올라오는 V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운전자가 경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만하다. 해저터널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스럽다. 외양뿐 아니라 내부도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터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엄청난 수압이 가해지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지금 달리는 곳이 바다 속이란 말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전광판에 나타나는 '수심 48m'라는 표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바다 속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운전자들은 바다 밑을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려는 듯 천천히 터널을 빠져 나갔다. '차로 준수' '80km'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서행을 하는 차들이 많았다.
해저터널을 빠져 나오면 새로운 별천지가 펼쳐진다. 높이 158m의 거대한 사장교 주탑이 사방으로 케이블을 뻗고 있다. 그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면 거미줄 속으로 차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운전자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탁 트인 시야와 짙푸른 남해 바다는 거가대로 여행이 주는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2개의 주탑과 잇따라 나타나는 3개의 주탑을 통과하니 거제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불과 10여분 만에 부산에서 환상의 섬, 거제에 도착한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화물선이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부산신항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어스름이 깔리면 거가대로는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칠흑 같이 어두운 남해 바다 위에 한줄기 빛으로 걸린 거가대교를 달리는 기분은 낮 드라이브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 약간의 시샘이 발동했다. 대구에는 왜 변변한 랜드마크가 없을까? 10년, 2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대구에 비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부산의 모습이 부러웠다.
대구~부산 신고속도로를 통해 거가대로로 가면 통행료를 3번 내야 한다. 8천600원과 1천100원을 부산신고속도로 이용료로 낸 다음 거가대로 이용료로 또 1만원을 내야 한다. 왕복 통행료만 4만원 정도 든다. 편리함의 대가로 지불하는 돈 치고는 상당히 많은 액수다.
민자로 건설된 대구~부산신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될 당시 비싼 통행료가 문제가 되었듯이 거가대로 역시 통행료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다. 급기야 감사원이 통행료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거가대로 건설사업비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