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공항 반대하는 대구, 이유를 밝혀라." "동남권신공항, 정치적 이해로 결정마라."
부산 시내 곳곳에 나부끼고 있는 신공항 플래카드는 밀양을 깎아내리는 네가티브 일색이다. 가덕도는 '완벽한' 후보지인데 반해 밀양 하남읍은 대구, 경북, 울산, 경남 4개 시·도가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입지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4개 시·도 및 수도권 전문가들의 시각은 오히려 정반대다. 가덕도는 경제성, 접근성, 환경성, 안전성 측면 모두에서 약점 투성이다. 특히 경제성 측면에서 부산은 밀양의 토지 보상비나 산지 절개 비용을 부각시키는 반면 가덕도 해안공항의 어업 보상비, 매립 및 유지·보수 비용은 애써 감추고 있다.
◆가덕도 어업 보상비는 왜 감추나=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의 장점으로 토지 보상 민원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해안 공항 건설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과 집단 민원 발생 가능성은 아예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해양과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업 보상 과정은 토양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까다롭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종관 박사는 "토지 보상은 개발구역 포함 부지에 한해 이뤄지지만 어업 보상은 사업지역뿐 아니라 지역 간접 피해까지 동시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간접 피해는 해상개발로 해수 흐름이나 퇴적층이 변화해 주변 바다 어장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말한다. 지난 1993년부터 어업보상에 착수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재산관리팀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접 피해 보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와 인접한 부산신항 사례 역시 어업 보상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7년 당시 부산신항 어업 피해 대상 지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과 경남 진해시 용원 연도 일대로 피해 예상 어민수는 2만1천여 명, 피해보상 예정금액은 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돼 국내 어업 보상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산신항은 가덕도 북단에 위치해 있지만 어장이 소멸하는 가덕도 주민뿐 아니라 진해, 마산, 거제 등 경남 지역 36개 어촌계까지 간접 피해를 받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어업 보상 과정에서의 집단 민원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 가덕도 주민 200여 명은 신항 공사장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막고 한 달 반가량이나 집회를 가졌다.
경남도청 어업진흥과 정성구 담당은 "가덕 신공항 어업 보상비나 집단 민원은 부산신항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문 용역기관의 피해 산정 조사 기간이 통상 1년 6개월 걸려 정확한 보상 금액을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가덕도 해안의 어업 보상과 관련한 부산의 연구 결과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매립 토사는 어디서 구하나=이달 9일 KBS1라디오 프로에 출연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은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가덕도 공사비용은 9조8천억원, 밀양은 10조3천억원"이라며 "가덕도는 국토연구원에서 조사한 것보다 조금 더 해안선 쪽으로 옮겨 공항을 건설하면 수심이 18m에서 14m로 얕아져 7조원대에 공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밀양에 비해 3조원의 공사비용이 절감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 및 수도권 전문가들은 부산의 매립비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과 전혀 연고가 없는 이우진 고려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지난해 10월 동남권신공항 토론회에서 "가덕도는 엄청난 토사를 매립해야 하는데 어디서 이를 구할지, 구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재석 경일대 교수(건설공학부)는 "산을 절취해서 반경 6㎞ 이내에 성토하는 비용(밀양)이 수십㎞ 거리의 제3의 장소에서 토사를 절취·운반해서 수심 16~35m의 바다를 매립하는 비용(가덕도)보다 크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1994년 수심 18m의 간사이공항 개항 당시 공사비는 20조원 수준이며, 부산시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 발주한 2005년 조사에서도 20조원에 육박했다는 것.
부산시는 신공항 예정지에 인접한 가덕도 국수봉(해발 270m) 절토(5천300만㎥)와 낙동강 준설토 발생토사(2억7천만㎥)를 매립토사로 활용하면 7조원대까지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신공항과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공사 시기가 서로 다르고, 준설량·운반거리·운반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천문학적 유지·보수 비용=가덕도 해안공항은 매립 비용뿐 아니라 천문학적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가덕도 해안의 평균 수심은 16∼35m로 세계 어느 해상공항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깊다. 김재석 교수는 "부산은 가덕 해안공항을 인천공항과 같은 해상공항이라 착각하고 있다"며 "수심이 1~3m인 인천 영종도와 16~35m인 가덕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2000년 7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평균 수심 18m인 간사이공항은 개항 6년 새 모두 11m나 침하했고, 지금까지 계속 가라앉고 있다. 침하된 길이와 같은 두께의 철 구조물을 받쳐주며 균형을 유지하는데 연간 200억엔(한화 2천700억원)이 소요돼 지금까지 10조원 이상의 보수비가 들어갔다.
이상준·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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