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행기 타자고 어민들 다 내쫓나"

보상비 몇푼 받고 강제이주 불가피…가덕도 주민 신공항 유치 강력 반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179호)이며 물수리, 흰꼬리수리, 고니, 재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온갖 희귀조류와 수십만 마리 철새가 찾아오는 동양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 삼각주 모습. 뒤편으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179호)이며 물수리, 흰꼬리수리, 고니, 재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온갖 희귀조류와 수십만 마리 철새가 찾아오는 동양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 삼각주 모습. 뒤편으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가덕도 해안 신공항을 결사 반대합니다."

9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 주변 대항 마을. 신공항 후보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곳 어민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관계기사 3면

"부산 지역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기주의입니다. 이곳 어민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예요.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이곳 토박이인 대항마을 한 어부(62)의 하소연이다.

가덕도 최남단에 위치한 대항마을은 신공항과 가장 가까워 어장 소멸에 의한 주민 강제 이주가 불가피하다.

5대째 대항 마을에 살고 있는 이남식(82) 옹은'신공항'이란 말을 꺼내자마자 손사래부터 쳤다. 이 옹은 "신공항이 들어서면 집단 이주가 불가피한데 몇 푼 안 되는 보상비 받아서 어디로 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항마을 40, 50대 청장년층 역시 신공항 얘기에 불쾌감부터 표시했다."조상 대대로 먹고 살아 온 바닷가를 뺏기고, 소음과 각종 공사에 시달릴 생각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10년 전 부산신항 건설 당시 뼈 아픈 대가를 치른 쓰라린 경험이 있다. 부산신항 건설로 가덕도 북단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삽시간에 사라진 것. 신항 탓에 돌미역 채취와 담치잡이를 할 수 없게 됐고, 남 측에 들어선 컨테이너부두때문에 율리와 장항 어민들은 생업을 빼앗겼다.

투기자본이 몰려 70% 이상의 토지가 외지인 소유가 됐다. 주민들은 "당시 보상비를 받아 다른 곳으로 이주한 주민들 태반이 알거지가 됐다"고 했다.

신항 건설은 대항마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국내 최고의 '황금어장'인 가덕도는 대구, 숭어, 물메기 등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어종이 서식했다.

주민들은 "신항이 생기면서 물길이 바뀌었고, 고기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며 "여기에 신공항까지 들어서면 어떻게 되겠냐"고 아우성이었다.

신항 공사로 생계 수단을 상실한 3천500여 가구 가덕도 주민들은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항건설사무소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주민 200여 명은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지난해 4월 신항 공사장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막고 한 달 반가량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신공항 건설 시 똑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민들은 "부산시가 단 한차례의 주민 설명회나 의견 수렴없이 마음대로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의 심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고 했다.

이상준·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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