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해안 신공항을 고집하는 부산은 경남 밀양과 비교해 '안전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산을 절개해 건설하는 밀양 신공항은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반면 장애물이 없는 가덕 신공항은 24시간 열려 있는 안전한 공항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도권 및 지역 전문가들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해안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안전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덕도 경우 인천공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해상공항과 달리 김해 공군기지와 공역이 중첩되는데다 자연재해에 취약해 오히려 '안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공역(空域) 중첩
공항의 안전성 측면을 평가하는 3가지 핵심 잣대는 공역, 장애물, 기상 입지 조건 등이다. 수도권 및 지역 전문가들은 3가지 조건 모두에서 가덕도의 약점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안전성 측면에서 제기하는 가덕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김해공항의 공군기지(K1)와 공역이 중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지역 연고가 없는 ㈔한국항공정책연구소와 ㈜우주엔지니어링 기술부문 연구진은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의 타당성과 최적입지'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공역 부문에서 밀양은 주변 공항과 진출입 표면이 저촉되지 않아 김해공항의 공군기지와 동시운영이 가능한 반면 가덕도는 김해공항의 공군기지와 모든 진출입 절차가 중첩돼 공군기지도 동시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상 공군기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만큼 K1기지의 신공항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애물 분야 역시 마찬가지.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덕도는 진입표면상 자연 장애물은 없으나, 신항만 뱃길인 가덕수로를 이동하는 대형선박으로 인한 장애가 발생한다. 높이 50m 이상 되는 대형선박은 진출입표면상 2㎞ 지점에서 항공 이착륙의 이동 장애물이다. 가덕도 해상에서 항공기 이착륙 시 장애가 되는 대형선박은 1일 평균 10척 이상 통과하고, 1척당 통행시간은 약 15분 정도이므로 하루에 150분 정도 장애가 발생한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밀양 공항 건설에 따른 장애물은 10개소 산지(장애구역 절토는 1억8천600만㎡)로 분석됐으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높이까지 절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깎아낸 토사석은 공항부지를 성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외해(外海) 공항
가덕도는 기상 입지 조건에서도 약점에 노출돼 있다. 부산시가 동남권신공항 건설의 모델이자 해상공항 성공사례로 드는 홍콩 첵랍콕 공항은 사실상 우리 나라 인천공항과 같은 섬 확장형(내해·內海) 공항인 데 반해 가덕도 입지는 세계 해상공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외해에 위치해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박사는 "가덕도 입지는 태평양을 향해 두 팔을 벌린 형국으로 태풍,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가덕 해안 일대는 2003년 태풍 매미, 2005년 태풍 나비 때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지리적·지형적 특성에 의해 불가피하게 내해 해상공항을 선택했다. 일본은 오사카공항 포화로 건설된 간사이 신공항 경우 효고현, 오사카부, 센슈, 와카야마 등 4개 내륙 지역 모두 공항 조성에 극렬히 반대해 결국 해상공항으로 방향을 튼 경우로 밀양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아시아와 미국의 허브공항인 상해 푸둥 공항과 뉴욕 존에프케네디(JFK) 공항도 내안·내해 공항일 뿐 아니라 이들 공항 입지 역시 자국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최적지가 도시 주변 내안에 위치해 선택됐다.
게다가 가덕도는 평균 16~35m의 깊은 수심으로 지반 침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평균 수심 18m의 간사이 공항은 건설된 지 5년 이후 11m나 지반이 침하돼 지금까지 10조원이 넘는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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