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탄생 60주년을 맞은 시기에 중국 학계는 60년 성상의 나라살림을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중국사회과학원의 신진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집필된 '중국외교60년(1949-2009)'(중국사회과학출판사, 2009)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주편집자인 왕이주(1957년생)와 탄슈잉(1951년생)을 제외하고는 참여한 집필진 전부가 30, 40대의 젊은 학자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문화대혁명이 정리되고 개혁개방이 시작될 무렵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입니다. 슬프고 어려운 중국이 아니라 역동의 중국을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전통을 부정하고 현재를 비판하던 세대가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으로 가득 찬 세대입니다. 최강국을 목전에 두고 있는 중국의 두뇌집단입니다. 분명 이들이 생각하고 설계하는 중국 발전의 청사진은 향후 중국 외교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책은 지난 60년간의 중국외교정책들을 조목조목 분석, 평가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크게 중국 외교의 기본지도사상, 정상외교전략, 중요한 외교적 사건들에 대한 분석과 중국 외교가 당면한 국제환경과 강대국들의 게임과정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서론을 보면 그동안의 중국외교연구가 전쟁과 평화, 중요국과의 관계 조정 등 거시적인 측면만을 다루었다는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 후 실제 중국이 당면한 외교문제는 이들 상위개념의 외교가 아니라 일반 민중의 정치참여와 이해, 국가와 사회관계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변화들로 관심이 옮겨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외교연구자는 양자관계에 존재하는 일종의 '공백을 메우는' 시도를 해야 하고, 남이 만든 이론이 아니라 '자기 집안일'이라는 관점에서 외교를 분석할 수 있는 독자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중국 외교를 3개의 30년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시기는 신민주주의혁명단계(1919~1949)로서 5·4운동에서 신중국 탄생까지입니다. 저자들은 이 시기의 중국을 전통적 조공체계나 천하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아시아의 환자'였던 시대라고 규정합니다. 둘째 시기는 사회주의혁명단계(1949~1979)로서 신중국 초기 30년의 마오쩌둥 시대입니다. 세계 인구의 20%를 가진 홍색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위대한 성과와 동시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던 시기라고 규정합니다. 셋째 시기는 사회주의건설단계(1979~2009)로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시대입니다. 이 시기에 들어 중국은 비로소 근대 서구열강들에게 당했던 수모를 일소하고 중국 인민이 부강하게 일어섰다(中國人民富强起來)고 적고 있습니다.
책의 결론은 '외교학의 중국화'에 대한 갈망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중국식 외교'와 '세계문제의 중국화'를 염두에 둔 욕심이 함축된 듯합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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