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밤, 부드러움과 유연함으로 비지땀을 쏟는 운동모임이 있다. 23일 오후 9시 대구 남구 대명4동 (사)국제당수도연맹 본부체육관에는 회원 10여 명이 모여 건강을 다지고 있었다. 회원들은 국제당수도연맹 남인도(56) 총재의 지도로 '당수도 월드 건강 체조'를 수련 중이었다.
남 총재는 우리나라 고유 무술인 당수도의 보급과 생활화를 위해 '당수도 월드 건강 체조'를 고안, 매주 한 차례 이곳에서 강습회를 갖고 있다.
남 총재는 20가지 동작으로 건강 체조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강습을 시작해 아직 수강생이 많지 않지만, 남 총재는 건강 체조의 확대 보급을 위해 조만간 월요일과 토요일에도 강습회를 열 계획이다.
"당수도는 삼국시대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우리의 고유 무술입니다. 7세 때 당수도에 입문했는데, 이후 태권도가 여러 무술을 통합해 출범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태권도를 배워 경찰에서 무술사범으로 활동했지만 스포츠로 변한 태권도 대신 '진정한 무도'를 추구하기 위해 1994년 대구에서 30여 명의 당수도인들과 뜻을 모아 국제당수도연맹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남 총재는 '무도'만으로는 당수도를 제대로 알릴 수 없음을 실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건강 체조를 구상했다.
"척추가 좋지 않아 고생하던 중 치료차 여러 무술의 응용 동작을 체계화해 건강 체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건강 체조를 통해 더 이상 통증에 시달리지 않게 됐어요." 그는 자신의 몸을 치료한 후 몸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건강 체조를 포함한 당수도 강습회(약 2시간 진행)를 마련했다.
건강 체조는 남 총재가 만든 20가지 동작의 일부를 행하는 것으로 30분 정도 진행된다. 이후 1시간 30분 동안에는 당수도 기술 연마, 아픈 부위 또는 병에 대한 치료 등을 위해 당수도 기본 동작과 연결 동작을 수련한다.
남 총재는 건강 체조 20가지 동작에 대해 ▷어깨 돌리기 ▷손등 세수하기 ▷기지개 펴기 ▷활쏘기 ▷고양이 꼬리보기 ▷앉아서 허리틀기 ▷무릎잡고 몸 굴리기 등 특성에 따라 재미있는 이름을 지었다.
어깨 돌리기는 왼발(오른발)을 앞에 두고 왼손(오른손)을 천천히 크게 뒤돌리는 동작으로 구성됐다. 이는 잘 사용하지 않는 어깨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동작으로 어깨가 아픈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손등으로 세수하기는 손등으로 반대 방향의 얼굴을 세수하는 동작으로, 안 쓰는 어깨 근육을 단련하는 한 방법이다. 고양이 꼬리보기는 허리가 아픈 사람이 몸을 푸는 동작이다. 거동이 불편한 당뇨 환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도 있다. 건강 체조는 힘이 많이 드는 폐 운동(3회 실시)을 제외하고 모두 7회 반복 실시된다.
남 총재는 "부상 부위와 단련하려는 부위에 따라 적절한 건강 체조를 권유한다"면서 "건강 체조 후에는 운수형(치료형) 등 당수도를 전문적으로 지도한다"고 소개했다.
남 총재는 "운수형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련할 수 있도록 음양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다"며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몸의 각 부위를 고루 단련시켜주며 깊은 호흡을 통해 맑은 정신을 유지해준다"고 설명했다. 국제당수도연맹은 운수형 수련 지침으로 ▷성급히 성취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몸의 중심과 마음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항상 온화하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호흡은 자연 호흡에 따르며 길고 깊어야 한다는 등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당수도는 무술 수준과 운동 강도가 높아 태권도 등 체육관의 관장들이 많이 수련하고 있다. 건강 체조 강습회의 수련생도 대부분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당수도를 배워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 체육관의 프로그램에 응용하고 있다.
수련생 중 전문적으로 무술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은 몇 명 되지 않지만, 전문인들 이상으로 당수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정홍기(성주 명인정보고 교사) 씨는 당수도 수련으로 120kg의 몸무게를 95kg으로 줄였다. 정 씨는 "체중도 감소했지만 무엇보다 심폐기능이 좋아졌다"며 "치료형의 경우 동작이 느리게 진행돼 중장년층이 배우기에 좋다"고 했다. 정 씨는 "당수도가 국내에서는 태권도란 이름에 밀려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인기 있는 운동"이라며 "주위에 당수도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여럿 있다"고 했다.
사업을 하는 여성 수련생 최영희(구들박사 대표) 씨는 "당수도 수련이 몸매 유지와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만 정신 건강에도 좋다"며 "당수도는 앞보다 옆과 뒤를 보는 동작이 많아 이를 통해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국제당수도연맹은 오는 10월 7, 8일 이틀간 대구에서 세계당수도선수권대회를 연다. 문의는 국제당수도연맹 본부체육관 053)555-9799.
※국제당수도연맹
남인도 총재 등 국내외 당수도인들이 창설했다. 1994년 대구에서 사회단체로 등록됐으며 2006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이어 2007년 11월 대구에서 본부 문을 열었다. 남 총재는 당수도 9단, 태권도 8단의 무도인이다.
당수도는 해방 후 황기 선생의 주도로 출범했다. 황기 선생은 1945년 당수도 무덕관을 개관했으며 1953년 대한당수도협회를 결성했다. 1959년 무술의 명칭 통합으로 태권도가 출범한 후에는 당수도를 수박도로 개칭해 1960년 사단법인화 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는 '수박이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사 충혜왕 조에는 '수박희'라는 표기가 나온다.
현재 국제당수도연맹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브라질 등 22개국이 가입돼 있다. 당수도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정규과목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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