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암 환자는 62만여 명. 그 중 갑상선 암 환자만 8만여 명에 이르렀다. 3년 전에 비해 무려 134% 이상 증가한 수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0 건강보험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갑상선 암은 2008년까지만 해도 위암과 대장암에 이어 세 번째였지만 2009년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암이 됐다. 특히 최근 들어 남성보다 여성 암 환자의 진료가 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성 갑상선 암 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갑상선(갑상샘)은 목 앞부분에 '아담의 사과'라 불리는 갑상선연골 아랫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나비모양처럼 생겼으며 길이 4~5㎝, 두께 2~3㎝, 무게 15~20g으로 우리 몸의 세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대사 조절, 열 생산, 체온 유지 등의 기능을 맡는다. 갑상선 세포가 지나치게 커져서 혹처럼 자란 것을 모두 갑상선 결절이라고 부른다. 악성 혹(암), 양성 혹, 물혹 등이 모두 결절에 해당하며, 대부분 단순 물혹이거나 양성 혹이다. 실제로 건강한 성인 1만5천415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단순 물혹은 19%, 갑상선 혹 39%, 갑상선 암 2.5%, 혹이 있는 사람 중 갑상선 암은 6.5%로 나타났다.
◆간호사 98명 검사 3명이 수술받아
지난해 4월 갑상선'유방암센터를 개소한 구병원은 한 달 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는 간호사 98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8세. 간호사 98명 중 무려 62명에게서 갑상선 결절이 발견됐다. 이들 중 24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세침조직검사를 시행했고, 3명이 갑상선 암으로 판명돼 수술을 받았다. 암 환자의 나이는 각각 21세, 27세, 30세였다.
구병원 갑상선'유방암센터 전영산 센터장은 "센터 개소 후 8개월 만에 갑상선 암 수술만 100명을 했다"며 "이처럼 갑상선 암은 나이나 증상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여성 암 중 발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갑상선 암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고, 치료 이후에 예후가 좋은 암으로 분류된다. 갑상선 암 환자의 생존율은 99.2%에 이른다.
◆갑상선 반만 제거하는 갑상선엽절제술
갑상선 암으로 진단된 환자들 중 상당수는 수술이 끝난 뒤에도 평생 갑상선 호르몬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과거엔 갑상선 암을 수술할 때 기도 양쪽에 있는 갑상선을 모두 제거했다. 하지만 여러 연구가 거듭되면서 일정한 조건만 맞는다면 갑상선의 반쪽만 제거해도 생존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많은 암 수술에서 갑상선의 반쪽만 제거하는 '갑상선엽절제술'이 시행되고 있다. 앞서 암이 발견된 간호사 3명 중 2명은 양쪽 갑상선 중 암이 발생한 쪽만 절제해내는 갑상선엽절제술을 받았고, 한 명만 양쪽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는 갑상선전절제술을 받았다.
갑상선엽절제술의 장점은 남아있는 갑상선이 제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호르몬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아울러 갑상선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에 비해 영구적 부갑상선 기능 저하(부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손저림이 오고, 심한 경우 온몸이 저리는 현상이 나타남) 또는 되돌이후두신경 손상(목소리가 쉬게 됨) 등의 합병증이 적다.
◆초기엔 내시경 수술도 가능
갑상선엽절제술을 받을 수 있으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한쪽 엽에만 암이 발생했고, 크기가 1㎝ 미만이며, 주위 림프절 등에 전이가 없는 경우 등이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하면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서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불편을 겪거나 수술 부위가 커져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영구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갑상선엽절제술이 좋다.
갑상선암은 예후가 매우 좋은 암이고, 진행도 매우 느리다. 하지만 그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암 진단을 받은 뒤 수개월에서 1, 2년을 기다렸다가 수술할 경우 자칫 림프절이나 주위 조직으로 전이될 수도 있기 때문.
한편 최근 들어 갑상선암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크기가 0.5㎝ 미만이거나 암이 갑상샘 내에 국한돼 있고, 주위 림프절에 전이가 없는 경우 내시경을 통한 갑상선 수술도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은 입원 기간이 1박 2일로 비교적 짧고, 수술 후 남는 흉터가 거의 없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전영산 구병원 갑상선'유방암센터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