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축 전염병, 잠복기에 잡아낼 겁니다"…바이오센서 기업 ㈜더바이오

김헌기 대표
김헌기 대표
㈜더바이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센싱 기술 개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더바이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센싱 기술 개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제역 '쓰나미'다.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됐다.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한 결정적 원인은 '조기 진단' 실패. 구제역에 걸린 돼지와 소는 1, 2주의 잠복기를 거쳐 항체를 형성한다. 축산농가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시기는 바로 이 때쯤.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열이 나고, 침을 흘린다. 그러나 잠복기 과정에서 이미 구제역은 주변 축산농가를 초토화시키기 일쑤다.

2002년 이주일, 2008년 백남봉, 2009년 여운계…. 폐암으로 숨진 대표적 국내 연예인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암은 발병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에 속한다. 국내 역시 발병률은 2위, 사망률은 1위다.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까닭 역시 '조기 진단'에 있다. 현재까지 폐암 진단은 흉부엑스선 촬영이나 객담(가래)검사가 고작. 진단이 늦다 보니 말기에 발견되기 쉽상이고, 치료가 어렵다.

지난 2008년 경북 포항에 둥지를 튼 ㈜더바이오(대표 김현기)는 '질병의 조기 진단'을 슬로건으로 내건 바이오기업이다. 구제역이나 폐암을 비롯한 가축 및 인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해 국가 보건에 기여하는 신생 벤처기업이다.

질병 조기 진단 기술의 핵심은 '바이오 센서'. 기계나 기구에 단 센서로, 인간의 코와 혀 역할을 담당한다. 생물감지물질(bioreceptor)과 신호변환기(signaltransducer)로 구성돼 물질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장치다.

◆왜 바이오센서인가?

바이오센서는 그야말로 21세기 차세대산업의 선두주자.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이 하나로 융합돼 있다.

바이오센서의 장점은 다른 분석방법과 달리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와 반응해 신속 정확하게 물질을 분석한다는 것. 현재 전 세계는 다양한 용도의 바이오센서 시장을 겨냥해 센서의 소형화, 다중센서 개발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바이오센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센서 세계시장 규모는 2006년 27억달러 규모에서 2007년 29억달러, 2008년 32억 달러, 2009년 35억달러, 2010년 39억달러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2002년을 기준으로 내다본 국내 바이오센서 시장 규모는 2005년 300억원, 2007년 500억원, 2010년 700억원으로, 바이오센서 내수 시장의 90%가 의료용에 몰려 있다. 아직 국내 시장 규모가 미미하지만 인구 고령화 및 성인병 증가와 더불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달리 대구경북 바이오센서 기업은 손가락에 꼽기도 힘들다. ㈜더바이오는 다양한 질병의 조기 진단을 위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유일의 벤처기업. 김현기 대표는 "더바이오는 국내 유수대학 및 전문기관과의 연구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핵심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며 "당장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R&D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가축 전염병) 조기 진단 기술

더바이오가 국내 대학 및 정부기관과 협력하고 있는 R&D 프로젝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지난해부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및 경북가축위생시험소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가축 전염병 조기 진단 바이오센서다.

지난 1월 17일 발생한 대구 연경동 구제역 사태. 구제역 최종 진단까지 하루 넘게 걸렸다. 현재 구제역 방역 시스템은 지자체 방역기관이 구제역 의심소 신고 축산농가에 출동해 의심소의 혈액과 가검물 등 시료를 채취한 뒤 기관에 다시 돌아와 간이검사를 하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마지막 정밀 검사를 의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고 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검사 장비 개발에 성공한다면 구제역 확산 방지에 획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더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구제역 검사 바이오센서'는 축산농가 현장에서 바로 사용가능하고, 30분 내외에 80%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지자체 방역기관 장비의 경우 현장 검사가 불가능하고, 간이 검사시간도 1, 2시간이나 걸리는데다 정확성마저 60% 수준에 그친다.

더바이오의 '구제역 검사 바이오센서'는 항원'항체 단계에서도 모두 검사가 가능한 장비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한 가축들은 항원 단계에서 1, 2주간 잠복기를 거쳐 항체를 형성하는데, 잠복기 단계에서 구제역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면 그만큼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다. 김현기 대표는 "항원 단계 검사 장비를 갖춘 기관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유일하고, 그나마 고가의 수입 기계를 쓰고 있다. 수입산보다 훨씬 싸고 정확한 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라며 "브루셀라, 소결핵, 조류독감 등 다양한 가축 전염병에 응용 가능해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폐암 조기 진단 기술

더바이오는 지난 2008년부터 포스텍(POSTECH)과 공동연구를 통해 폐암 조기 진단 및 서브타입 판별을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내 표지 인자를 담고 있는 '바이오센서'로, 표지 인자의 유무를 통해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 연구는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현재 암이나 심혈관 질환 분야에서 바이오마커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폐암의 경우 바이오마커 개발이 특히 중요하다. 폐암은 어느 정도 통증과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돼 치료가 어렵지만 조기 발견을 위한 혈청학적 검진 방법이 아직 없다. 이에 따라 바이오마커에 담긴 혈액 한방울의 정보를 분석해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국내외 기술 개발이 속속 진행 중이다. 더바이오는 폐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상용화 연구 단계에 돌입했으며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바이오는 또 안동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저렴하면서 검출신뢰도가 우수한 혈당센서 개발, 4월 시제품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경북대'인하대 등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고감도, 고신뢰성 바이오센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현기 대표는 "선진국은 지금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센싱 기술 개발에 올인하고 있고, 이미 몇몇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단계"라며 "끊임없는 R&D 개발을 통해 세계 유수의 바이오센서 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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