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의 체질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한 제직과 염색에 이어 원사 부문에서도 중국산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품질은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오던 중국산 원사가 최근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국산 원사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누른 원사
"중국산을 쓰느니 국산 원사 쓰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요즘 대구 섬유업계에 통하는 공식이다. 과거 중국산 원사는 가격면에서 국산 보다 월등히 앞섰다. 이 때문에 IMF 전 5%대 수입 물량을 차지했던 중국산 원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국산 원사의 경쟁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중국산 원사의 가격이 높아진 반면 품질은 국산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으로 중국 쪽 바이어까지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산 원사(폴리에스테르사)의 수입 가격은 1kg당 2.2달러로 국내산 가격 2.27달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홍성학 팀장은 "중국 원사가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품질면에서 앞선 국산 원사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며 "싼 가격을 무기로 대구 원사 시장의 20%까지 잠식했던 중국산 원사 비중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산 원사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따라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려 도산과 휴업을 했던 동국무역과 한국 합섬 등 원사업체들이 최근 다시 집기를 돌리며 원사 생산에 나서고 있다.
◆국산 원사 품귀 현상
대구 A섬유업체는 지난달 원사 400t을 주문했다. 통상 200t 물량을 신청하지만 이번부터는 400t 씩 물량이 들어갔다. 원사가 너무 달려 두 달씩 물량이 지연되는데다 원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름세이기 때문이다.
이곳 관계자는 "400t을 신청해도 고작 60t을 공급받을까 말까 한다"면서 "웃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게 원사"라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 내 B섬유업체도 원사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급 국산 원사(A급)만 고집했는데 A급은 구경해 볼 수도 없는 상황.
B섬유업체 측은 "원사 물량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그렇다고 기계를 계속 놀릴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B급 원사라도 구해볼 요량으로 기존 가격보다 30%나 더 주고 원사를 구했는데 막상 확인하니 쓰지 못하는 저질급 원사였다"고 말했다.
원사 가격이 올라 전년대비 46%나 뛰었다. 면사 가격 폭등이 원사 가격으로 불똥이 튄 데다 최근 이집트, 리비아 등 중동 정치 불안으로 원유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월 ㎏당 1.8달러 했던 것이 올 1월에는 2, 3달러로 올랐다.
섬개연 문종상 팀장은 "2009년 이후 계속 오르는 유가 영향으로 석유를 원료로 하는 화학섬유의 단가 인상이 가중되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 중동사태로 인해 가격 압박이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산 원사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섬유업계에서는 '원사 생산업체'들이 다시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섬유업계에선 국내 원사 회사 주식을 사 둬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라며 "원사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레이온(인견) 섬유까지 모자라 국내 최대 인견 집산지인 경북 풍기군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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