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엄마 까투리

'오래된 탑과 교회종 그리고 오두막이 있는 마을의 숲 속 까투리 둥지. 올망졸망 모여 있다가 나무 위에서 푸드덕 내려앉는 엄마 까투리를 보자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꺼병이(꿩 병아리) 9남매. 엄마 까투리는 꺼병이들의 작은 부리마다 잡아온 벌레들을 하나씩 넣어준다… 그런데 산불이 일어나면서 숲 속의 평화가 깨어지고 화마로부터 꺼병이들을 지켜 내려는 엄마 까투리의 사투가 벌어지는데….'

'강아지똥' '몽실 언니' 등 명작 동화를 남긴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의 마지막 작품 '엄마 까투리'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며칠 전 안동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구제역으로 시렸던 가슴을 털고 꺼병이 같은 어린 관객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엄마 까투리'를 보며 모처럼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애니메이션 '엄마 까투리'는 가슴 뭉클한 모성애와 더불어 안동 문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전했다. 이 작품은 안동의 정서를 흠뻑 머금고 있다. 권정생 선생이 살았던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마을과 생가가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선생 또한 생전의 종지기 모습 그대로 환생해 가여운 꺼병이들을 돌봐준다. 꺼병이 9남매의 이름을 하회탈에서 원용한 것도 그렇고, 엄마 까투리와 꺼병이들이 개울을 건널 때 벌이는 놀이 또한 안동의 세시풍속인 놋다리밟기를 응용한 것이다.

오는 12일부터 안동에서 선을 보이는 3D극장용 작품 '엄마 까투리'는 EBS에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특집으로 방영할 예정이며, 4월 7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카툰스온더베이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근래 안동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과 오페라, 영화에 이어 애니메이션까지 나오면서 안동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기대가 새롭다. '원이 엄마'의 애절한 사연은 소설 '능소화'로 거듭났고, 오페라와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퇴계 이황과 기생 두향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국악 스토리텔링 뮤지컬 '450년 사랑'으로 각색되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안동에서 선보인 실경 뮤지컬 '락'은 자정순국한 이만도와 그의 며느리 김락의 숭고한 항일 투쟁사를 담은 것이다. '락'은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의 정신을 웅변하는 작품으로 온 겨레가 눈여겨봐야 할 눈물과 감동의 서사시이다. 신묘년 봄바람이 전하는 안동 스토리에 세계인이 주목하길 바란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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