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장년층 간의 화제는 '세시봉과 친구들'인 것 같다. 한 친한 선배는 어느 날 부인이 "오늘은 제발 일찍 들어오세요"라고 간청을 해서 집에 들어갔더니 근사한 술상을 차려 놓고 '세시봉 콘서트'를 함께 시청하자고 하더란다.
처음에는 TV 시청을 같이 하자고 일찍 들어오라고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시큰둥했단다. 하지만 보다가 점점 빠져들어서 나중에는 같이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도 추고, 거실에서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아들과 딸도 방에서 나와 엄마 아빠의 노는 모습이 우습다고 깔깔대더란다. 아무튼 오랜만에 온 식구가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대구에서 공연하는 세시봉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우리 부부를 초대하는 게 아닌가.
과연 무엇이 음악회와는 담을 쌓고 계시던 선배를 공연장으로 이끌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삶에 찌들려서 잊고 지냈던 젊은 시절의 낭만, 치기, 우정, 사랑을 추억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아닐까.
학창시절 다방에서 세시봉 가수들의 노래를 신청하고, MT에서 그들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연애할 때 그들의 노랫말에 내 사연을 엮으면서 우리들의 젊음은 흘러갔다.
따라서 세시봉 콘서트에 가서 다시 한 번 더 실감나게 라이브로 추억의 되새김질을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세시봉 가수들의 농익은 음악은 시간의 켜가 더해져 세월의 두께만큼 깊이가 느껴진다.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에서 느꼈던 소외감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나도 모르게 추억의 나라로 빠져들게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무뎌진 감성을 회복하고, 음악과 함께하였던 추억이 우리에게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음악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걸까. 최근 음악이 환자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선호하는 음악 연주를 들은 환자들이 불안증, 우울증 등에서 37%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하는데 이는 음악이 단지 듣고 즐기는 기능뿐만 아니라 환자가 오랜 병원 생활과 수술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세시봉 콘서트를 보면서 통기타의 음률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화음과 더불어 보냈던 젊은 날의 시간들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와 마음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했다.
음악이 줄 수 있는 이런 감동이 다양한 치료기술의 개발로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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