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반려동물과 치과치료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춥다. 출근길에 바람이 많이 불어 옷깃을 세우고 걸으니 따뜻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꽃샘바람이다. 이맘때가 되면 겨울 동안 주로 집안에 있던 애완동물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간혹 치과에도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분들이 있는데 젊은 분들은 강아지를 넣어두는 캐리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캐리어에 있는 강아지들은 아주 조용하여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몇 년 전에는 진료를 하고 있는데 계단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계단에 나가 보니 진료를 받으러 온 한 분이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계단 난간에 묶어놓아 주인을 찾는다고 계속 짖어대는 것이었다.

이전과 달리 개, 고양이, 새 등 애완동물을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사람들에게 상실돼가는 인간 본연의 정신을 되찾아준다는 의미로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올해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가족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들 중에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

이는 촌수가 멀지만 가까운 친척을 가족이라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이었다. 그래서 연구원은 부모 세대는 가족을 혈연관계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청소년들은 혈연 못지않게 애정과 관심을 중요한 가족의 요인으로 간주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번은 어떤 분이 서울에서는 개 임플란트가 유행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개똥참외, 개살구와 같이 '쓸모없다'는 의미의 접두사 '개'자를 사용하여 쓸모없는 임플란트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동물병원에서 개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해주는데 진료비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개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하기 위해 수의사를 위한 연수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정말 '개 같은 임플란트'도 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또 다른 한 분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해주어다. 한 환자가 원장님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여 들어보니 자기 집에 순수혈통의 진돗개가 있는데 이빨이 고르지 않아 교정을 해줄 수 없는지 물어와서 황당했다고 한다.

어느 시아버지가 도시에 있던 아들집에서 시골로 가면서 '일위야 잘 있거라, 오위는 간다. 이위는 잘 먹고, 삼위는 잘 싸고, 사위는 잘 벌고'라는 이상한 편지를 남겼다. 여기서 1위는 며느리, 2위는 손녀, 3위는 강아지, 4위는 아들, 5위는 시아버지였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봄꽃들이 만개할 것이다. 가정에서나 병원에서나 1위는 되지 못해도 최소한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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