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2번째 교역국…한국도 여진 걱정

일본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국내 및 지역 경제계에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에 미칠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낙관은 이르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지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일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및 관광 분야 전반에 걸쳐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한적 영향 vs 장기화 우려

정부는 12, 13일 이틀 연속 '긴급경제정책회의'를 통해 일본 대지진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모니터링했다. 회의를 주재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대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나 불확실성이 크다"며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진 사고가 발생한 일본 동북부 지역은 석유화학,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생산기지 등이 위치해 있으나 일본의 주력 산업단지는 아니다. 또 일본 동북 지역의 국내 수입 규모는 2009년 기준 261억엔(1.3%)에 불과하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우리나라 제2의 교역상대국. 특히 부품·소재·자본재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진 피해가 장기화돼 일본경제가 침몰하면 국내 산업 활동과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생산 차질 및 물류 마비가 상당기간 지속되면 일부 업종의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입품목 중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중화학 부품 등은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개월가량의 부품·소재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일본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전자와 화학 분야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지역 경제 파급

지역 경제계 역시 당장의 피해보다 지진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구섬유개발연구원 측은 "지역 섬유 물동량은 주로 일본 남부나 오사카 지역에 위치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미미하다"며 "하지만 일본 화학공장의 피해 복구가 늦춰지면 장기적으로 자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임경호 조사부장은 "지역 산업 전반에 걸쳐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지진 여파가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 차질이나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대구 산업의 주종을 이루는 기계 업종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일본 수출·입 비중이 높아 원자재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관리사무소 측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거나 수입 물량을 주문한 기계·자동차부품 업체들 경우 당장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피해 업체들을 조사해 대책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일본인 투자기업들과 전자기업들엔 아직 직접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 발생 후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아사히글라스, 도레이첨단소재 등 일본인 투자기업 21개사를 중심으로 피해 여부를 조사한 14일 현재까지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에 있는 본사가 지진과 해일이 발생한 동북부지역이 아닌 도쿄나 오사카 등에 위치해 직접적 피해가 적었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전자업체들도 부품을 들여오는 일본 기업들이 규슈나 오사카, 도쿄 등지에 있어 당장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등 포항 철강업계 역시 별 영향이 없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물량이 별로 없기 때문. 일본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지에 4개의 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 측은 "요코하마 철강 가공센터가 12일 지진으로 인해 출입문 쪽 지반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치솟아 올라 가동을 일시 중단했으나 공장 내부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현대제철 경우 일본 현지에 생산기지가 없고, 철스크랩(고철) 일부를 수입하고 있으나 물량이 미미하다. 다만 동국제강은 제휴 관계에 있는 일본 철강업체(JFE)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향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국제강은 전체 해외 슬래브 수입 물량 가운데 20%(50만t)를 JFE로부터 수입해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슬래브 물량 확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미 이창희·포항 이상원·이상준·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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